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9

비즈니스와 디자인 연결하기

기업은 이미 다양한 디자인상품 설계, 브랜딩,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디자인을 주도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CEO 또는 경영진 차원에서 디자인을 총괄적으로 운영·관리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디자인을 경영 성과와 연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고도의 크리에이티브 영역이라 경영에 바로 적용할 수 없다는 인식도 한 몫하고 있지요.

일단 CEO가 ‘기업이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자 무기는 디자인’이라는 관점으로 무장했다고 치자. 그다음 CEO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디자인 안목은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디자인에 관심 있고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의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연스럽게 몸가짐이나 패션에 세련된 분위기가 녹아 있고 하는 행동도 뭔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기업이 디자인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요하다. 크리에이티브가 넘치고 표현이 되는 문화, 당장은 결과나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크리에이티브의 토양을 만드는 문화, 전 조직원을 하나로 열광케 만드는 문화 말이다

똑똑한 CEO는 설사 본인이 디자인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시대의 조류를 느끼며 공부를 한다. 잘 모르면 부하직원에게라도 묻고 디자인으로 성공한 기업들에게 이야기도 듣는다.

앞으로 디자인이 기업이 이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필살기이자 최후의 전략이라는 것에 나도 내 모든 것을 걸고 이야기할 수 있다. 똑똑한 CEO와 무식한 CEO의 현격한 차이, 무식한 CEO가 다른 것은 다 흉내 내도 디자인 경영에 대한 안목과 이해는 쉽게 따라 하기 어렵다. 현재와 미래의 사업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 디자인이 끊임없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마케팅과 디자인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장중호 님의 책 「나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 머리글 일부를 옮겨 적었습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디자인을 ‘기업이 이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필살기이자 최후의 전략’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경영을 직접 실천하고 있고 이를 소개하는 책의 머리말을 쓰면서도 디자인이 어렵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자인이든 경영이든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일은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저자의 기준이 높아서 들어간 겸손의 표현일 것입니다.

나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

하지만, 저는 기업이 디자인을 경영에 도입하기 위해 문화·디자인에 대한 수준 높은 안목을 가진 CEO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디자인 업무는 대체로 적절한 측정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것일 뿐, 결과나 성과를 확인할 수 없는 종류의 일도 아니고요. CEO가 디자인 역사나 타이포그래피 이론과 같은 디자인 지식을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 해도 이를 경영에 올바로 연결하지 못하면, 모든 디자인 업무가 시간과 예산 낭비로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기업의 디자인 요소를 상품·기업·접점으로 분리해 바라보는 관점은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비즈니스와 디자인을 연결하는 일은, 과거에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디자인 업무가 상품·기업·접점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 구분하고, 각각의 업무가 성과 목표를 가졌는지, 성과를 확인할 지표가 정해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문제 파악을 위한 체크리스트 만들기

상품·기업·접점 디자인 업무를 정리하고 나서 각 항목에 대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해보면, 현재 디자인 요소가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 상품 디자인
이미 소개한 바와 같이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는 상품입니다. 상품의 기능·가격·서비스 측면에서 어떤 강점을 가졌는지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파악하고 경영 목표에 맞춰 디자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기능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해 상품이 어떤 경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전략을 수립합니다.

시장 형성기
진단 : ‘다음 파도’의 등장
• 전에 없던 고유한 기능 전달에 충실한 디자인설계인가?
• 더 많은 사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격을 고려한 디자인설계 인가?

시장 확대기
진단 : 다양한 상품 등장에 따른 시장 확대
• 시장을 장악할 히트상품 디자인기능, 가격,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는가?
• 차별화 포인트가 디자인기능, 모양·형태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가?
• 히트 상품 등장에 따른 시장 세분화를 대비한 디자인 전략이 있는가?

시장 성숙기
진단 : 히트 상품 등장 – 특정 상품/브랜드의 시장 장악력 지속
• 디자인 전략을 바탕으로 히트상품에 도전하는가?
• 세분된 타겟 소비자에 맞춘 디자인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가?

시장 쇠퇴기
진단 : 디자인모양, 형태이 상품의 선택 기준으로 받아들여 짐. 디자인의 기능화
• 디자인이 타겟 사용자의 취향과 선호를 반영하고 있는가?


관련 포스트 :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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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품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설계프로세스를 가졌는지 검토합니다. 소재, 공법 단순화와 같은 원가 절감 방법이 디자인설계단계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지, 수준 높은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원가 대비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판단합니다.

•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디자인설계이 기획 단계에서 고려되고 있는가?
• 디자인 개선으로 공정을 줄이고 표준화된 공정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는가?
• 기능을 유지하고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소재를 적용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는가?
• 디자인모양, 형태이 원가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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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정보사회 진입과 함께 서비스가 제품의 가치를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서비스 디자인설계은 차별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접점 효율을 높이는 등 상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상품 디자인에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서비스 디자인설계으로 상품 가치를 높일 방법을 탐구하고 있는가?
• 사용자 경험을 긍정적으로 개선하는 서비스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는가?
• 상품과 접점 디자인의 요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IT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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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디자인
상품을 창조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기업의 비전이 C.I/ B.I를 통해 사용자와 임직원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C.I 또는 B.I 중심의 디자인 전략 중 어느 쪽이 적합한지 판단합니다.

• 기업/상품이 전달하는 가치가 C.I/ B.I를 통해 사용자와 임직원에게 전달되고 있는가?
• C.I 또는 B.I 중심의 디자인 전략을 채택하고 실천 중인가?
• C.I/ B.I가 쌓아 올린 신뢰가 사용자의 상품 선택을 도와주고 있는가?
• 기업/상품에 대한 신뢰를 지표 정해 수시로 확인하고 있는가?
• 사용자가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모든 경험에 기업의 비전과 태도가 담겨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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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점 디자인
좋은 접점 디자인은 좋은 마케팅입니다. 발견부터 충성에 이를 때까지 사용자를 유도하고 전환하는 흐름을 만들고 각 단계의 전환율을 높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사용자가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로 연결되는 모든 온/오프라인 채널을 확인하고 접점의 흐름을 파악한 다음, 각 단계의 디자인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 전환율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합니다. 효과적인 방법에 집중 투자하고 효율이 개선되지 않는 접점을 줄여 관리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 Good marketing = Unique Value 관련 링크
• 각각의 접점이 확실한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 전환율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정해져 있는가?
• 디자인 변경으로 전환율이 개선 되는지 확인하고 있는가?
• 더 효과적인 접점 흐름을 만드는 새로운 매체를 도입하고 있는가?

관련 포스트 :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08

이 같은 파악 업무는 기업의 업무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는 담당자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현황 파악을 통해 찾아낸 문제점 중에서 중요도가 높은 문제를 선정하는 일입니다. 우선 상품 판매의 책임자(PMProject Manager)와 디자이너가 현업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제외함으로써 문제를 걸러냅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경영 문제와 마찬가지로, 경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부터 우선순위를 정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면 되겠지요.

다음 부터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방법론과 아이디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포스팅 요약

비즈니스와 디자인 연결하기
기업의 모든 디자인 업무를 상품·기업·접점 으로 나누어 구분할 것
디자인 요소에 맞춰 질문해보기
기업의 디자인 문제 파악 – 체크리스트 작성
경영 관점에서 우선 순위 선정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8

기업의 디자인요소 — 접점

지난 포스팅까지 기업의 디자인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상품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기업의 디자인 요소 중 마지막으로 ‘접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접점 디자인 = 마케팅

마케팅 이론에서는 사용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까지 단계를 깔때기 모형으로 설명합니다.

깔때기 모형
출처 : LG CNS 블로그

구매 과정을 깔때기에 비유하는 이유는 사용자들이 각 단계에서 걸러지기 때문입니다. 광고를 본 모든 이들이 제품에 흥미를 갖는 것은 아니고, 제품에 흥미를 느낀 모든 이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지요. 상품을 처음 인지하는 발견 단계에서 반복해서 상품을 구매하는 충성 단계까지 단계가 진행될수록 사용자가 걸러지게 됩니다.

접점은 상품을 발견하고 취득·구매하는 단계까지 사용자와 상품(또는 상품 정보)이 만나는 포인트를 말합니다. 기업은 상품마다 깔때기 모형의 각 단계에 해당하는 여러 접점을 관리/운영합니다. 기계적으로 단계마다 1:1로 대응하는 접점을 운영하는 경우는 없지만, 모든 접점은 깔때기의 다음 단계로 사용자를 유도해 결국 구매/재구매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므로 발견에서 관심으로, 관심에서 결제로 사용자를 유도하는 사용자 전환율이 접점의 관리 지표가 됩니다.

잠재 사용자는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상품/상품 정보와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전환율을 관리할 수 있는 것만을 접점으로 취급합니다. 반대로 이전까지 측정하지 못한 채 유지해온 점접이 있다면 전환율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상품이 하나라도 수십 개의 접점이 있을 수 있고, 수십 개의 상품이 한두 개의 접점만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상품 하나를 100개의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면 100개의 접점이 있는 것이고, 1000개의 상품을 하나의 온라인숍에서 판매하고 오직 하나의 SNS에서만 마케팅한다면 두 개의 접점만 있는 것이죠. 물론, 실생활에서 접점이 하나뿐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접점은 특성상 마케팅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사실 훌륭한 마케팅이 좋은 접점 디자인설계, 실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접점 디자인이 곧 마케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마케팅은 브랜딩을 포함하는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쓰입니다.)

접점 혁신 시대

접점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설명하기보다 현재 접점에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주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와 센서가 잔뜩 들어간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접점은 어마어마한 혁신이 일어나는 요소가 되었거든요. 상품 디자인요소 중 서비스를 설명할 때 IT 기술 때문에 서비스 때문에 상품 가치가 높아지고 중요한 차별점이 만들어진다고 지적한 것과 같이 접점도 IT 기술로 인해 크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산업사회 이후 가장 대중적인 광고매체는 소위 ‘4대 매체’라 불리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였습니다. 문자 그대로 대중 매체mass media는 더 많은 잠재 사용자에게 상품 정보를 노출하는 발견 접점으로 기능했습니다. 더 많은 노출 = 더 많은 전환의 기회였기에 어떤 매체가 얼마나 많은 구독자(발행 부수)를 가지고 있는가를 근거로 광고비가 책정되었죠. ‘종합 노출 수’ 기반의 과금체계가 당연히 여겨졌고 실제로 4대 매체는 그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보사회로 전환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4대 매체의 정보 장악력이 현저히 낮아지고 정교한 타겟팅과 전환율 측정이 가능해진 것이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는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상품에 가장 적합한 잠재 사용자에게만 상품 정보를 노출합니다. 2010년에는 구글 광고가 미국 신문 광고 매출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페이스북 광고 매출이 미국 신문광고 매출을 뛰어넘었습니다. 사용자는 4대 매체 보다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 가능한 SNS를 선호하게 되었고, 기업은 구독률보다 정확한 지표를 제시할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한 것이지요.

출처 : Baekdal / Blog

다양한 사용자가 만드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접점 효율(높은 전환율 또는 정확한 타겟팅)을 높이는 기술은 IT 스타트업이 선택하는 인기 있는 창업 아이템입니다. 지난 12월 있었던 스타트업 투자회사의 데모데이는 접점의 효율을 높이거나 자동화하는 등 이같은 트랜드를 잘 보여주는 행사였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하거나 XBRAIN, SNS를 통해 브랜드가 확산되는 데이터를 측정하거나 kloser, 쇼핑몰에 진입한 사용자와 대화를 유도하는 챗봇 Channel,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습관을 분석유저해빗하는 등, 발견부터 구매까지 접점 효율을 높이는 정보 처리 기술에 기반을 둔 서비스입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정보사회를 주도하는 초대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접점 전략

아마존은 지속해서 오프라인 접점을 늘려나가는 중입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아마존과 사용자의 거리를 좁히는 접점을 개발해 가정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대시 버튼

아마존 대시 버튼은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 접점을 상품을 사용하는 현장에 부착할 수 있는 IoT 액세서리 입니다. 생활용품과 소비재가 있는 공간에 구매 접점(카트 담기, 주문하기)을 붙여놓은 것이죠.

아마존 에코, 에코 닷, 탭

대화형 인공지능 IoT 기기 에코 시리즈는 개인 비서 서비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접점 관점에서 보면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음원, TV 프로그램, 영화)와 쇼핑 접점을 거실 한가운데에 심어 놓은 것입니다.  개인 비서 서비스라는 ‘기능’을 내세워 사용자가 아마존의 접점을 집 안에 들여놓도록 만든 것이죠.

아마존 북스토어

서점은 오래전부터 발견 접점 역할을 해왔습니다. 아마존은 이미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 가격 경쟁력과, 온라인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점에서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접점을 탄생시켰습니다.

모든 책은 커버를 볼 수 있게 진열되어 있고 추천을 많이 받은 유용한 독자 리뷰가 바로 아래 부착되어 있습니다. 아마존 온라인 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바코드도 함께 부착되어 있습니다. 구매 시점에 온라인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거든요. 분야와 장르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효과가 입증된 테마에 맞춰 진열하여 사용자가 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제한된 화면을 통해서 접할 수밖에 없던 접점이 서점이라는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에요.

아마존은 지난 12월 계산기와 계산원이 사라진 새로운 방식의 슈퍼마켓인 아마존 고 콘셉트를 발표했습니다. 지금2016년 12월은 아마존 임직원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 중이지만, 콘셉트를 설명하는 동영상 누적 조회 수가 800만을 넘어가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마존 고를 다룬 페이스북 포스팅은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인데, 이는 사용자들이 아마존의 새로운 접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샤오미의 접점 전략

중국은 대다수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처음 시작한 나라인 만큼 O2O나 IoT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앞서 소개한 샤오미의 Hihome 애플리케이션을 접점 관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자로서는 부가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설치한 통합 애플리케이션일 뿐이지만, 샤오미로서는 백색가전을 한 번이라도 구입한 사용자—가장 확실한 타겟—에게 발견, 관심, 구매의 접점을 심어놓은 것입니다.

샤오미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타겟과 연결된 접점을 만들어 마케팅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죠. 샤오미는 모든 상품을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출시하기 때문에,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은 상품의 재고를 관리하는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전 세계 시장 1/3에 가까운 커다란 중국 시장이 있기에 가능했지만, 처음부터 상품과 접점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구체화할 수 없는 전략이라 하겠습니다.

접점의 디자인

높은 접점 효율을 내세운 새로운 접점 솔루션이 계속 등장하고 있기에 기업은 상품과 타겟에 가장 알맞은 접점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지 않고 기본적인 로고/심볼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접점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발전할수록 차별화는 이를 운영하는 당사자에게 주어집니다. 대부분 경쟁자도 나와 같은 도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전환의 흐름과 전환율을 높이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접점의 목적이므로, 접점을 디자인 할 때도 전환의 흐름과 전환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모양, 형태이라 해도 실제로 전환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겠지요.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가는 인테리어, 사인, 매대, 영수증부터 웹사이트, 홈페이지와 제품을 공급·유통하는 쇼핑몰 그리고 SNS, 모바일 광고와 종이로 만드는 홍보 전단이나 안내 책자 등 … 수많은 접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접점이 늘어나면 그만큼 관리할 대상도 많아지지요. 접점이 파편화되면 전환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워집니다. 접점 디자인마케팅은 그때그때 접점에 적용하기 위한 디자인모양, 형태뿐만 아니라, 전환의 흐름을 파악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방법을 설계디자인해야 합니다.

포스팅 요약

기업의 디자인 요소 세번째 — 접점

– 깔때기 모형 = 접점의 흐름
– 접점의 평가 = 전환율
– IT 혁신 때문에 새로운 접점이 탄생함
– 접점 디자인 = 마케팅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7

지난 포스팅까지 기업의 디자인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상품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기업의 디자인 요소 두 번째로 ‘기업’을 살펴보겠습니다.

상품을 만들고 공급하는 주체 ‘기업’

네이버에서 기업의 정의를 검색하면 두산백과사전의 내용을 상위에 보여 줍니다. 링크를 선택하면 아래와 같은 한 줄 요약이 상위에 보입니다.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자본의 조직단위
두산백과사전 웹사이트

두산백과사전이 설명하는 ‘기업’은 철저히 경제 주체의 관점에서 기업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은 ‘사회에 왜 기업이 있어야 하는가?’ 또는 ‘이윤 추구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를 전혀 설명하지 못합니다.

네이버 검색결과는 두 번째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정의를 보여줍니다.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조직적인 경제단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웹사이트

저는 이 정의가 좀 더 상식적인 기업의 정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마다 목적이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재화상품와 용역서비스을 생산한다는 기업의 활동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개항 후 대한민국에 어떻게 기업이 도입되었는지 한국사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네이버에 ‘기업’을 검색한 사용자에게 적합한 콘텐츠라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직 경제 관점에서만 기업을 정의한 두산백과사전 역시 첫 번째 검색 결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밖에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 기업과 디자인의 관점에 적합한 정의는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관점에 따라 정의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니 본 포스팅에 알맞게 기업을 다시 정의해보겠습니다.

“기업은 상품을 만들어 사용자에게 공급함으로써 조직의 비전을 추구하는 창조적인 주체이다.”

기업을 창조적인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은, 기업이 디자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할 것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C.I

‘기업’을 디자인하려면 — 디자인의 대상으로 기업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 결국 비전과 미션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비전은 목표 지점을, 미션은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비전과 미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억하기 쉬운 차이점은 시점時點을 보는 것입니다. 비전은 미래의 상태를, 미션은 현재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출처 : diffen.com

기업은 조직이 추구하는 비전을 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디자인을 이용해 커뮤니케이션합니다. 기업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체험적으로 알리는 방법이 바로 디자인이지요. C.I Corporate Identity가 바로 이를 다루는 전문 분야입니다. 인체 감각의 90%가 시각에 몰려있다고 하니 시각디자인visual communication design이 기업 아이덴티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다루게 됩니다. 하지만 사용자는 기업과 수많은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에 체험/경험의 차원에서 기업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일 모두가 C.I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대한항공 승무원 유니폼. 디자이너 지안프랑코 페레 Gianfranco Ferré

지난해 대한항공 기내난동 사태는 대한항공 서비스의 보안수준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기업의 정체성이 아름다운 유니폼 디자인모양, 형태만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C.I는 기업의 상징체계를 만들어 상품을 구별할 수 있게 만들고,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을 사용자와 내부 조직원이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래픽 디자이너로 여겨지는 폴랜드Paul Rand는 미국 기업 abc, IBM, UPS 등 지금까지 사랑받는 C.I를 다수 만들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나 창업한 NeXT 컴퓨터의 C.I를 사용 여부에 상관없이 10만 달러에 디자인한 사례는 전설처럼 남아있습니다.

디자이너 폴랜드
폴랜드의 대표작품

C.I를 만드는 일은 기업이 세상에 자신을 선보이는 대단히 정교한 작업이기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그때는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었으니까요.

시각 커뮤니케이션에 한정 지어본다면 C.I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로고 타입Logo type이나 심볼을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다른 기업과 차별점을 가진 상표권을 취득하거나 명함에 넣어야 하니까요. C.I 디자인에 큰 욕심이 없다면 로고나 심볼을 정하고 나서 명함, 간판과 같은 디자인그래픽 디자인 결과물은 수월하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이죠)

현재 로고나 심볼 디자인모양, 형태을 디자인하는 일은 개인이 해결 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10만 달러를 지급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디자인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공모전 방식으로 20~200만원 내외에 로고/심볼 디자인 개발이 진행되는 라우드 소싱
5~50만원 내외로 로고/심볼 디자인을 의뢰할 수 있는 전문가 매칭 플랫폼 크몽
명함 주문시 로고디자인 지원을 받는 포토몬 비즈프린트의 부가서비스.

단지 가격만 저렴해진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AI가 무료로 시안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죠.

AI가 로고/심볼 조합 시안을 무료로 만들어 제공하는 로고조이

디자이너 처지에서만 생각하면 몇십 년 사이에 C.I 디자인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것으로 보일 겁니다. 그러나 C.I라는 개념이 대중화되고, 이것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요소이다 보니,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도 자기만의 C.I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디자이너와 직접 대화하지도 않고 만들어낸 로고/심볼에 가격 이상의 가치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저렴한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비전·미션·철학이 담긴 로고/심볼을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없이 만들 수 없기 때문이지요. 도구가 편리하게 진화하면 할수록 차별점은 온전히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로고/심볼을 디자인하는 일이 접근성이 높아지고 쉬워질수록 진정한 차별점은 클라이언트 즉, 기업이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와 직접 연결됩니다. 

B.I Brand Identity

삼성전자는 다양한 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브랜드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습니다. 모두 삼성전자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지만, 상품의 전문성이 서로 달라서 이를 각각의 브랜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C.I가 기업이라는 상품개발 주체를 중심에 놓은 것이라면, B.I는 브랜드라는 상징을 중심으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브랜딩branding
상품 하나하나의 경쟁력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전략이 브랜딩입니다. 주로 브랜드 매니저와 마케터가 담당하지요. 기업의 디자인 요소 중 기업과 접점의 교집합과 접점의 대부분이 브랜딩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딩을 다루는 자료는 부족하지 않기에 본 포스팅에서는 개념만 짚어보는 것으로 갈음합니다.

삼성전자와 전문 제품 브랜드 체계

삼성전자는 대기업 삼성과 같은 로고/심볼을 사용하는 하나의 기업 브랜드 체계에 속해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갤럭시, 하우젠, 지펠 아삭과 같은 브랜드는 각자의 전략을 바탕으로 소비자/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다.

C.I 또는 B.I

기업은 전략에 맞춰 C.I 또는 B.I 전략을 가집니다. 산출물만 보면 C.I나 B.I를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명함, 현판, 기업 웹사이트부터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에 활용되는 각종 문서, PPT, 보도자료, 광고, 마케팅 매체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이 C.I인지, 어디부터 B.I인지 명확한 차이를 알아보기 어렵지요.

차이가 있다면 기업의 상황에 맞춰 기업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전략을 세우고 접근할 것인지, 브랜드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선택할지 것인지 정도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토요다는 미국 시장에서 저가 상품의 이미지를 벗어나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렉서스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토요다가 생산하는 모델 대부분 하이브리드 버전의 차량이 있지만, 프리우스 만큼 하이브리드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아니지요.

유니레버, 프록터앤겜블, 존슨앤존슨과 같은 다국적 기업은 수십~수백 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진출하는 시장에 맞춰 C.I/ B.I를 전략적으로 선택합니다. 일본에선 TV광고를 통해 P&G나 유니레버의 로고를 종종 볼 수 있어도, 북미 시장에선 각각의 브랜드가 기업 아이덴티티보다 앞세워지지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C.I와 B.I를 동시에 관리하지 않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통합해 집중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후 한동안 다음카카오를 사명으로 채택했지만, 이제는 카카오로 사명이 바뀌었지요. ‘다음’은 한때 기업 아이덴티티였지만 이제는 카카오가 운영하는 서비스 브랜드가 된 것이죠.

IT 스타트업은 서비스가 기업의 유일한 상품인 경우가 많아서, 기업 아이덴티티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일치된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디자인 요소인 ‘기업’은 상품 디자인의 요소와 동등하게 취급됩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상품 개선과 비즈니스 모델 구축·성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의 디자인 요소를 분리해서 관리할 겨를이 없다는 점도 이와 같은 선택의 이유가 됩니다. 대신 하나에 집중하는 만큼 대기업 못지않은 수준 높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Tyle, Toss, 등 IT 서비스 스타트업은 서비스 초기부터 브랜드=서비스, 상품 디자인의 수준이 높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대표적인 IT 기반 서비스 기업이지만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분리된 경우입니다. 사용자가 체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대부분 배달의 민족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사명을 배달의 민족으로 바꾼다 해도 딱히 이질감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배달의 민족이라는 아이덴티티로 새로운 사업을 내놓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한지는 오직 우아한형제들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겠죠. C.I 또는 B.I 어느 한쪽을 상위개념으로 채택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전략에 따른 것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소개한 바 있지만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 민족 브랜드전략은 모범적인 아이덴티티 사례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C.I/ B.I의 기능

C.I든 B.I든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 경쟁환경 속에서 C.I/B.I가 쌓아 올린 신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선택을 도와주는 기능을 합니다. ‘신뢰’로 설명가능한 모든 것이 기업/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쌓인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업이 공급하는 상품이 접점을 늘리거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함에 따라 C.I 또는 B.I가 점차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접점이 확대되어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할 때, 기업이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 비전과 미션을 가다듬고 이전과 다른 ‘신뢰’를 쌓아 나가고자 할 때가 바로 C.I 또는 B.I를 재정립할 중요한 순간이라 하겠습니다.

포스팅 요약

기업의 디자인 요소 두번째 — 기업
– 디자인 요소로서 기업을 다루는 전문 분야는 C.I / B.I
– 로고/심볼 디자인 단가가 낮아질수록 차별화 전략은 전부 기업 책임
‘C.I ≠ B.I ≠ 상품’도 가능. ‘C.I = B.I = 상품’도 가능
– C.I 또는 B.I의 차이는 기업의 전략에 따른 차이
– 브랜딩 = 브랜드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 마케팅 전략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6

상품의 디자인 요소 — 서비스

기업의 디자인 요소인 상품, 기업, 접점 중 상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세 가지 상품 디자인 요소 중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살펴보겠습니다.

서비스는 고객 센터, A/S 등 상품이 전달하는 가치가 유지·보존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 상품이 물리적인 형태를 갖춘 제품이던 과거에는 ‘서비스’와 제품을 구별해서 다루기도 했으나,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제품의 기능과 서비스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입니다. 제품이 상품의 기능을 대부분 담고 있다해도 서비스가 상품 선택을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식이지요. 리퍼폰으로 교체해주는 A/S 정책 때문에 아이폰 전환을 꺼리는 갤럭시 사용자의 사례는 제품과 서비스를 똑같이 중시하는 사용자 인식을 잘 보여줍니다.

정보사회에 접어들어 빠르게 발전한 IT 산업은 세상 거의 모든 상품의 서비스를 전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서비스 채널을 열어놓을 수 있게 되었고,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시간·장소·개인에 대응한 맞춤 서비스가 가능해졌지요.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IT 기업은 사용자에게 재화 대신 정보와 연결을 대가로 기능을 제공하고, IT 기업의 방법론에 영향을 받아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이 발전하면서 서비스는 사용자와 상품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서비스의 설계디자인가 상품의 가치를 바꾸어 놓는 시대로 진입한 것이지요.

다음 사례들은 이러한 시대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샤오미小米

샤오미 Mi Home 앱

샤오미는 자사의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OS를 사용하고 있지만 C/S 채널과 사용자 커뮤니티를 OS 차원에 도입하는 등 전체적인 설계를 교체했습니다. 스팩 대비 최저가에 가까운 하드웨어 가격은 직접 운영하는 콘텐츠 마켓플레이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보전하지요. 대신 OS 단에서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고 피드백을 일주일 단위로 서비스 개선에 적용하는 등 서비스 차별화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세계 5위 안에 드는 스마트폰 메이커로 성장했습니다.

샤오미는 백색가전에서도 남다른 서비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직접 운영하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사전 판매 방식으로 신상품을 출시해 초기 생산 리스크를 낮추고 입소문 마케팅 효과도 얻고 있습니다. 기존 가전제품처럼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지만, 통합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편리한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접근도 남다릅니다. 사용자는 앱을 설치하고 와이파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샤오미에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또한, 통합 앱에는 사오미의 전 제품 카타로그와 구매 링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샤오미는 거의 모든 사용자와 마케팅 및 판매 채널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샤오미는 이 같은 서비스 전략을 기반으로 마케팅 비용, C/S 채널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타사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서비스가 상품의 가격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테슬라 Tesl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배터리용량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75D모델 (현재 모델은 배터리 용량에 차이가 없음)

테슬라 역시 서비스 설계디자인을 통해 상품을 새롭게 정의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는 동일 모델 안에서 배기량, 연료, 편의 장치 등 하드웨어가 서로 다른 차를 만들어 판매해 왔습니다. 그러나 테슬라는 완전히 똑같은 종류의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따라 성능이 바뀌는 방식으로 자동차를 판매합니다.

소프트웨어로 판매하는 대표적인 부가 기능이 바로 자율주행입니다. 처음부터 자율주행 기능이 포함된 모델을 구매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구매해 언제든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배터리 저장 용량 마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살 수 있도록 설계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배터리 용량이 다른 경우 차 뒤에 붙는 모델명 또한 다른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배터리 용량을 구매하면 나중에 서비스 센터에서 모델명 글자판을 교체해주는 식입니다. 상품자동차을 만들 때, 서비스 설계디자인 덕분에 효율적인 단일 제조 공정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보쉬Bosch

독일 보쉬는 판매하는 중장비에 IoT를 결합해 기계 상태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합니다. 만약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고객이 요청하지 않아도 장비를 수리할 수 있습니다. 중장비 자체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건설 현장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IT 혁신에서 비롯된 이 같은 변화는 기존 서비스 개념을 넘어서 서비스 요소가 상품의 기능을 확장하고 가격 정책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인이 주목받는 것 역시 서비스의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상품의 디자인 요소 — 정리

모두 4회에 걸쳐 가장 중요한 기업의 디자인 요소인 상품을 다시 세가지 요소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세가지 요소와 디자인의 관계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능과 디자인
상품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디자인이 기능을 다루는 전략이 바뀌어야 함

탄생기 — 상품의 핵심 기능에 따르는 디자인설계, 모양, 형태
성장기 — 상품의 全形(최고의 기능, 가격, 서비스 만족 디자인 = 히트상품 디자인) 추구.
— 혹은, 히트상품 등장에도 흔들림 없는 확고한 포지션 확보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3

성숙기 — 디자인모양, 형태의 기능化, 핵심 사용자층의 정체성과 취향이 반영된 디자인 추구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4

가격과 디자인
디자인설계으로 경쟁력있는 가격을 만들거나,
가격을 뛰어넘는 디자인모양, 형태을 제공하거나.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5

서비스와 디자인
서비스 설계디자인로 상품의 기능 확장
서비스 설계디자인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조
서비스 설계 = 새로운 가치 디자인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6

다음 포스팅에선 기업의 디자인요소 중 두 번째, 기업과 브랜딩을 설명하겠습니다.

포스팅 요약
서비스가 상품의 새로운 가치 창조를 주도한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5

상품의 디자인 요소 — 가격

계속해서 기업의 디자인 요소인 상품, 기업, 접점 중 상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상품은 기능, 가격, 서비스의 세 요소로  다시 한  번 나눠 볼 수 있는데, 지난 회 까지는 기능을 살펴보았고 이번 포스팅에선 가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과 가격을 관계를 생각해보면 ‘디자인이 좋으면 가격이 비싸고, 디자인이 그저 그렇다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을 우선 떠오를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전혀 문제없는, 매우 상식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디자인을 단순히 완성된 상품의 모양이나 형태로 취급하고 있으므로 디자인과 가격의 유기적인 관계가 피상적으로 다루어 지고 있습니다.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면 디자인이 어떻게 가격과 연결되는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상품이든 가격은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입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생산 비용이 첫 번째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품 디자인은 생산 비용과 바로 연결됩니다. 목표한 가격에 맞추기 위해 디자인설계을 변경하거나, 매력적인 디자인모양, 형태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디자인설계이 가격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케아의 가격 디자인 전략

이케아는 디자인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만드는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이케아는 사용자가 직접 배송하고 조립하게 만들어 가격을 낮춘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중간 유통과 조립 비용이 빠진 것 이상으로 상품 가격이 저렴하지요. 대량 생산을 통해 개체의 단가를 낮추는 것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시도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케아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에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상품을 디자인함으로써 경쟁력을 극도로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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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의 디자인 혁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플랫팩 포장입니다. 플랫팩은 매장이자 창고인 이케아의 적제 효율을 높이고 물류비를 줄임과 동시에, 소비자의 자동차로 가구를 쉽게 옮길 수 있도록 부피를 최소화한 포장 방법입니다. 처음부터 배송비를 없애고자 한 이케아의 가격 정책이 만들어 낸 방법론이지요. 그래서 이케아의 거의 모든 상품은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플랫팩 포장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보통 가구라면 한 덩어리로 처리할 부품을 어떻게 분리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내구성이 떨어지지 않는 조립방법을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만 합니다. 이케아 가구를 직접 조립해 보셨다면 어째서 이 부분을 굳이 두 개의 부품으로 나누었을까 의아한 경우가 있었을 거예요. 바로 포장과 적재에 맞춰 상품을 디자인했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요구되는 내구성을 만족하면서도 최대한 가벼운 자재를 선택하기 위해 새로운 자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파티클 보드가 그것인데, 이케아 가구가 조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가구에서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품질이 높지 않은 파티클 보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케아 조립 설명서는 텍스트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또한 전 세계 매장에서 동일한 상품을 유통하여 관리비용을 줄이는 디자인이지요.

하나부터 열까지 온통 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하는 이케아지만, 가성비만 밀어붙이며 상식을 벗어난 모양의 상품을 억지로 사용자에게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저가를 추구하면서 이렇게 하는 일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케아는 종종 나사를 사용하지 않는 실험적인 상품도 발표하는데, 대부분의 가구 메이커가 채택하는 쉬운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조립 방법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패키지에 포함되는 부품 수를 줄이면서도 모양과 내구성은 손해 보지 않는 방법 같은 것 말이지요.

일반적인 책상의 다리 연결부
이케아 Lisabo 책상에 적용된 다리 연결부 콘셉트 디자인. Knut and Marianne Hagberg

이케아 PS 시리즈는 떠오르는 글로벌 디자이너,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 1년 이상의 워크숍 과정을 통해 개발하는 디자인 가구 라인입니다. 이케아는 2~4년 주기로 PS 시리즈를 발표하는데, 이케아가 지향하는 ‘민주적 디자인 democratic design’를 반영한 새로운 콘셉트의 디자인 가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케아 PS 라인 상품
영국의 디자이너 톰딕슨Tom Dixon이 디자이너와 함께 이케아 워크숍을 진행하는 모습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원가, 자재, 생산, 유통 등 모든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만들기 위해서는 초기 디자인설계을 잡은 이후에 지속해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케아가 추구하는 가격을 만족하는 새로운 디자인 가구를 만들기 위해 1년 이상의 긴 개발 기간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요.

많은 양을 한 번에 생산하기 때문에 개당 0.1원이라도 커다란 비용이 될 수 있습니다. 상품 디자인과 가격의 관계나 이러한 상품 개발 노력이 이케아만의 독특한 사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으로 알려진 이케아의 상품개발 과정은 디자인과 가격을 동시에 추구하는 좋은 본보기라 하겠습니다.

이를 반대로 보면 훌륭한 디자이너는 합리적으로 원가를 낮추면서 경쟁력 있는 — 고객 만족도가 높은 —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는 기업 주도로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낸 사례로 볼 수도 있고요.

디자인, 기능, 가격

허먼 밀러Herman Miller VS 이케아IKEA

물론, 위 사진의 두 제품은 소구하는 대상타겟이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사용자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의자라는 근본적인 기능은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은 타겟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디자인모양, 형태을 중심으로 4,200달러 상품을 만들 수도 있고, 가격을 중심으로 160달러 상품을 디자인설계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1에서 Design을 올바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디자인은 ‘설계設計 Shèjì’로 번역해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설계 과정에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자재를 선택하고 제조공정도 바꿨다’고 하면 design을 모양이나 형태로 해석하는 습관을 벗어날 수도 있고, 모양이나 형태를 보면서 ‘설계가 좋다’고 표현하는 것도 꽤 자연스럽기 때문이죠.

건축이나 제품 디자인 분야는 설계기획·개발의 관점으로 디자인을 인지하는 훈련이 되어있고, 중국은 Design을 ‘설계設計 shiji’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으므로, 중국 시장이 점점 중요해지는 우리로서 실용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포스팅 요약

가격
디자인은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훌륭한 디자이너는 가격 경쟁력과 모양·형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4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 성숙
상품 全形을 제시하는 히트상품의 등장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iPhone 6s(6)와 갤럭시 S7 (출처)

시장이 성숙기로 진입하면서 기능·가격·서비스의 모든 면에서 가장 가치 높은 히트상품이 등장합니다. 또는 진정한 히트상품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게 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히트상품은 사용자에게 선택의 기준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고유한 디자인/브랜드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품은 히트상품에 사용자를 빼앗기게 되지요.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에 상품 디자인 전략이 중요하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시장을 장악하는 히트상품이 되던가,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고유한 디자인/브랜드를 확보해 기반을 다져야 하는 것이죠. 히트상품의 등장 이후에도 새로운 스팩은 계속 추가되겠지만, 사용자들도 이 상품을 충분히 학습한 상태이므로 이전만큼 새로운 스팩을 상품의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게 됩니다.

히트상품으로 인한 디자인 세분화

히트상품의 등장은 시장 세분화를 유도합니다. 높은 점유율을 가진 상품은 히트상품과 경쟁하겠지만, 나머지 상품들은 자기만의 소비자층을 찾아 시장을 나누고 그 안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을 선택하지요. 성장기에 스팩 중심으로 전개했던 마케팅 또한 방향을 전환해 타겟 소비자 맞춤형으로 변화합니다. 

상품 역시 영향을 받아 디자인취향, 스타일을 기능으로 취급하면서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려대상이 되지요.

히트상품의 기능, 가격, 서비스를 기준으로 사용자의 정체성에 맞는 상품이 만들어집니다. 히트상품의 핵심 타겟보다 소비수준이 높은 사용자를 겨냥한 상품에 적합한 디자인모양, 형태이 있고, 히트상품보다 가격이 낮은 상품이라면 몇몇 기능이 부족하더라도 타겟 사용자가 선택할 디자인모양, 형태을 제공해야 선택받을 수 있겠지요. 소비층의 취향과 스타일을 디자인모양, 형태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디자인모양, 형태이 ‘기능’으로 디자인설계되는 것이죠.

성숙한 시장에서는 상품 개발을 위해 타겟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트렌드를 분석하고 경쟁 상품의 디자인 전략도 참고하는 등 본격적으로 디자인이 주도하는 경쟁이 전개됩니다.

2015년 가격대별 최고의 시계 브랜드 (Primer 매거진)

디자인으로 세분된 대표적인 상품은 패션 아이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타겟에 맞춰 폭넓은 가격 구성과 함께 수많은 디자인모양, 형태이 공존하는데, 디자인모양, 형태이 곧 기능인 상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디자인으로 히트상품에 도전하는 경쟁자들

아이폰 산자이山寨 상품(우리말로는 짝퉁이라고 하지요.)으로 출발한 샤오미가 세계적인 디자이너 필립스탁philippe starck과 함께 새로운 스마트폰을 개발해 발표했습니다.

Mi Mix 제품발표회

Mi Mix 제품발표회

샤오미 Mi Mix 사이트
필립스탁 웹사이트
Arstecnica Mi Mix 리뷰

샤오미가 중국 브랜드 화웨이, 오포에도 점유율이 밀리고 있던 시점에 디자인의 차별화로 새로운 경쟁에 접어든 것이죠. 스마트폰 시장의 성숙과 함께 디자인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샤오미는 초기에 경쟁상품의 디자인모양, 형태을 모방했지만, 기능과 가격 그리고 차별화된 서비스주1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특색 없는 디자인모양, 형태으로 일관하다 자기만의 디자인을 찾기로 한 것인지, 단기적인 전략을 선택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애플, 삼성의 히트상품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주1)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MiOS라는 변형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합니다. OS 차원에서 사용자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매주 반영한 업데이트를 제공한 사례는 대표적인 마케팅 성공사례로 화자 되고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의 산자이山寨 상품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서비스로 극복한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샤오미는 백색가전에도 이러한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서비스’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시장 성장과 디자인 전략의 변화

혁신 상품이 탄생하고 시장이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에서, 상품은 기능 중심에서 스팩 중심으로 그리고 타겟의 취향과 선호에 맞춘 디자인으로 전략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상품이 이런 과정을 밟아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개인용 전자제품만 보아도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겪은 시장의 변화를 Mp3 플레이어와 스마트폰이 동일하게 겪는 중입니다. 제품이 아닌 서비스 상품을 보아도 마찬가지죠. 포털 웹사이트, 이메일 서비스, SNS 역시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품이 속한 시장이 어떤 단계인지를 파악하고 적합한 디자인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혁신 상품이 등장하고 시장 세분화가 이루어지기까지 발전 과정 속에서 상품의 기능이 디자인과 어떤 관계를 가지며, 디자인이 어떻게 기능으로 다루어지게 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나머지 상품의 디자인 요소인 가격과 서비스를 살펴보겠습니다.

포스팅 요약

기능
히트상품 등장으로 시장세분화가 이루어지고 디자인 경쟁이 시작된다.
상품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디자인 전략이 필요함

상품 라이프사이클과 디자인
성숙기 — 타겟별 시장 세분화와 디자인의 기능화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3

상품 디자인의 요소 — 기능

기능은 상품의 디자인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기능을 중심으로 상품이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기능은 상품기획의 첫 단계이고 핵심 경쟁력은 언제나 기능으로부터 나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능은 스팩specification과 다릅니다. 자동차의 엔진이 몇 마력인지 어떤 방식인지는 스팩에 해당하지만, ‘개인화된 이동 수단’이라는 자동차의 핵심 기능은 엔진 대신 모터를 사용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내연기관을 사용한 자동차와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플랫폼 비교.

테슬라의 자동차는 엔진 대신 모터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자동차 대비 1/100분의 부품만으로 온전한 개인 이동 수단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핵심 기능은 바뀌지 않았죠.
사람들은 1/4인치 드릴을 원치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1/4인치 깊이의 구멍이다. 시어도어 레빗

하버드 경영 대학의 시어도어 레빗Theodore Levitt은 상품의 기능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jobs to be done이라는 관점framework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벽에 구멍이 필요한 사용자의 진짜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드릴은 언젠가 탄생할 다음 세대의 상품으로 인해 완전히 대체될 수 있습니다. 가이 카와사키는 ‘스티브 잡스에게 배운 10가지 교훈’에서 냉장고의 사례를 들어 상품의 기능과 스팩의 다른 점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얼음 1.0은 얼음을 채취하던 사업이었어요.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한겨울에 얼어붙은 호수나 강에서 말에 톱을 달고 얼음덩어리를 잘라 냈죠.
30년쯤 지나서 얼음 2.0의 시대가 왔어요. 얼음 공장은 계절에 상관없이 얼음을 생산했어요. 지역도 상관없어졌죠. 할렐루야~ 겨울도 필요 없고 추운 날씨도 필요 없어요. 호놀룰루, 싱가포르, 상파울루… 삶이 훨씬 나아졌습니다.
얼음 3.0의 시대. 이제 냉장고가 얼음을 만들기 시작했죠. 인부가 트럭에 얼음을 실어나르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얼음 공장이 생긴 거에요. 이건 PC라고 합니다. Personal Chiller죠. 이 사례의 훌륭한 점은 얼음 채취나 얼음 공장 사업체 중에 냉장고 비즈니스를 시작한 곳이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냉장고 회사 중에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변화한 기업도 없지요.
전부 ‘이번 파도’ 안에서 태어나고 사라졌어요. 현재의 ‘업’을 바탕으로 자신을 규정했지, 제공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생각하지 않았지요. 얼음 채취, 얼음 공장, 냉장고 모두 ‘편리함과 온도를 낮추는 것’이라는 똑같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더 쉽고 빠르게 벽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면 지금의 핸드 드릴이 더는 필요하지 않겠죠.


‘이번 파도’에 속하는 전동 드릴
‘다음 파도’가 될 라이트세이버 (?)

디자인 격언 중 가장 유명한 한 마디가 있다면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follows Function.’ 일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form은 형태 즉, 디자인과 의미상 연결되고 function은 기능 또는 job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기능function, job이 상품의 디자인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살펴보는데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이 탄생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그 시장이 성장하고 성숙해 나가는 과정 전체를 훑어보면 결과적으로 디자인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아이디어 — 개발기 — 도입기 — 성장기 — 성숙기 — 쇠퇴기

상품이 세상에 등장하기 이전인 아이디어, 개발기를 제외하면 상품은 도입 – 성장 – 성숙 – 쇠퇴의 4단계 라이프사이클을 가집니다. 성숙기에 새로운 상품이 등장해 시장을 더욱 확대하면서 성장과 성숙을 이어가기도 하지요.

이를테면 2016년 현재, 스마트폰의 라이프사이클은 1~2년 주기로 새로운 상품이 등장해 시장을 더욱 확대하는 성장+성숙기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하겠습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 탄생
시장을 개척하는 혁신 상품 등장

새로운 카테고리의 상품이 처음 등장할 때는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주1 독보적인 기능으로 전에 없던 가치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면 디자인모양, 형태이 좀 부족해 보여도 잘 팔립니다. 디자인모양, 형태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기능을 위해 선택한 모양과 형태라는 것이지요. 이는 상품 디자인의 두 번째 요소 ‘가격’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새로운 상품인 만큼 본격적인 대량생산에 진입하지 못해 생산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전략적으로 ‘기능을 통한 가치 전달’에 적합한 모양과 형태를 선택함으로써 사용자가 수용하기 충분한 가격을 디자인한 것입니다.


1세대 자동차
1세대 냉장고
1세대 세탁기

발명 후 지금까지 근본적인 기능이 바뀌지 않은 대표적인 상품들입니다. 상품의 디자인모양, 형태이 기능에 맞추어 최소화되어있다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 바퀴나 냉장고 문, 세탁기 회전 통과 같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부분도 보이고요. 현대의 제품과 비교해보면 기능을 만드는 핵심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암체어. 1960~1970년대
B33. MARCEL BREUER 1930년대

 주1
이러한 디자인 방법론은 모던 디자인 이후에 구축된 것입니다.
산업화 이전의 제품은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공예 장인들이 왕과 귀족 같은 상위 계층을 위해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근대 디자인은 대량생산을 통해 더 많은 사용자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기능을 중심으로 이전과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했습니다. 스타일 관점으로 디자인을 말할 때 ‘모던 디자인’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아직 모던 디자인 시대에 속해 있습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 성장
차별화로 경쟁하는 성장기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고 전체 시장 규모가 잡히면 후속 주자들이 앞다투어 새로운 상품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때는 상품 디자인 전략이 매우 중요한 순간입니다. 선발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후발주자들은 스팩과 외형 중심의 경쟁을 전개해 나갑니다. 더 저렴한 상품이 등장하고, 부가적인 스팩이 늘어나고, 모양과 형태로 차별화를 꾀하는 수많은 상품이 역동적으로 시장을 키워나갑니다. 별의별 디자인모양, 형태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소니의 워크맨은 휴대할 수 있는 개인화된 가전기기를 대중화한 최초의 상품이었습니다.

소니 워크맨의 성공으로 포터블 스테레오 시장이 열린 후 수많은 가전 기업이 새로운 스팩과 외형의 상품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소니 또한 조금 다른 스팩과 외형의 워크맨 유사품을 만들어 시장을 키우는데 동참했지요.

소니 워크맨. 1979. 아키오 모리타盛田昭夫, 마사루 이부카井深大, 코조 오노네大曽根幸三

성장기가 디자인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유는 디자인을 통해 유의미한 브랜드로 정착하지 못하는 상품은 시장의 성숙과 함께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를 잃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시장 성장기의 디자인 전략은 상품의 고유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과 디자인을 찾아내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의 표준을 새로 정의할 ‘다음 파도’가 왔을 때 말 그대로 파도에 휩쓸려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퍼스널 스테레오의 ‘다음 파도’ iPod

*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테이프 레코더를 처음 발명한 것은 독일의 발명가 안드레 파벨Andreas Pavel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스테레오 벨트는 상품화에 실패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제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는 아주 많습니다. 같은 포터블 스테레오 제품인 mp3플레이어 역시 똑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알려진대로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는 한국 세한정보통신이 개발한 MPman이었습니다. MPman은 ‘다음 파도’ 아이리버iriver에 휩쓸려 사라졌고, 아이리버는 애플의 ‘다음 파도’ iPod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포스팅 요약

기능
상품의 기능은 상품의 가치를 정의한다.
기능은 스팩이 아니다

상품 라이프사이클과 디자인
도입기 — ‘기능’을 위한 ‘부족해 보이는 디자인’의 선택
성장기 — 스팩과 외형 중심의 시장 확대. ‘다음 파도’에 살아남을 브랜드 만들기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2

기업의 디자인 요소

기업 활동과 관련된 디자인 요소가 무엇인지 하나씩 확인해보겠습니다.   

기업이 다루는 디자인 요소는 중요한 순서대로 ‘상품’ ‘기업’ ‘접점’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업의 디자인 활동은 ‘상품 디자인’ ‘기업 디자인’ ‘접점 디자인’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품을 제공하는 주체인 기업이 있고,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이 있고, 상품이 고객과 만나는 수많은 접점이 있습니다. 기업은 이 세 가지 층위에서 디자인 활동을 전개합니다.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우선 기업이 존재하고, 상품을 만들고, 다양한 접점으로 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니까 기업, 상품, 접점의 순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요소라는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상품부터 상품 – 기업 – 접점의 순서로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상품

상품은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포함한 모든 것’으로 정의됩니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물리적인 형태를 띤 ‘제품’이거나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서비스’가 바로 상품이죠. ‘제품+서비스’ 방식의 상품 역시 존재합니다.

아직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지 않은 기업은 존재할 수 있지만, 상품 없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은 있을 수 없습니다. 고객이 기업을 직접 만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고객을 만나지 않은 상품은 의미가 없겠지요. 상품은 고객으로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디자인 관점에서는 상품이 가지는 의미가 가장 크다 하겠습니다.

상품은 ‘기능’ ‘가격’ ‘서비스’라는 세 가지 디자인 요소로 더 작게 나눌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제공할 수 없었던 기능을 포함하거나, 가격 경쟁력을 높이거나, 부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을 상품에 반영하는 것이 상품 디자인의 핵심이지요.

‘기능’ ‘가격’ ‘서비스’라는 세 가지는 포인트는 다음 포스팅에서 몇 차례에 걸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기업

기업은 상품을 창조하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주체입니다. 법에서는 사업자를 경제활동의 주체로 바라보지만, 디자인에서는 기업을 디자인의 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C.I. corporate identity 디자인 또는 B.I. Brand identity 디자인이 기업이라는 요소를 전문으로 다루는 디자인분야입니다.

비전과 미션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기업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보이고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디자인이 바로 C.I. 또는 B.I. 디자인입니다. 로고, 심볼, 명함, 현판, 기업 웹사이트부터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에 활용되는 각종 문서, PPT, 보도자료에 이르기까지…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아이템이 모두 기업 디자인에 포합됩니다.

C.I.와 B.I.
하나의 기업이 여러 브랜드를 자산으로 가진 경우가 있기에 C.I.를 더 상위 개념으로 보기도 하지만, 고객 관점을 중심으로 기업활동을 전개하면서 ‘기업 브랜드’가 중심이 되는 B.I.를 더 큰 개념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기업’을 디자인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같은 것으로 이해해도 괜찮습니다.

접점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이 기업 디자인의 마지막 대상입니다.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에 들어가는 인테리어, 사인, 매대, 영수증과 온라인 웹사이트, 홈페이지 등… 상품이 제품인 경우 이를 유통하는 쇼핑몰, SNS, 모바일 광고나 전통적인 홍보 전단지와 안내 책자 등이 모두 접점에 포함됩니다. 더 많은 고객과 상품을 연결하는 홍보·광고 매체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채널도 접점이고, 상품을 통해 전달된 가치를 유지하게 도와주는 고객 센터와 같은 부가 서비스도 접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품이 하나뿐이어도 접점이 여러 개 일 수 있고, 상품이 다양해도 접점이 하나일 수 있습니다. 하나의 상품을 100개의 매장에서 판매한다면 100개의 접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1,000개의 상품을 하나의 온라인 샵에서 판매하면서 SNS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접점이 단 두개인 것이죠.

접점은 시즌, 이벤트, 신제품 출시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디자인 요소입니다. 절대다수의 디자이너가 접점의 영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고객과 만나기 위해 더 많은 접점을 운영하게 되면 전체를 통합 관리할 필요가 생겨납니다. 다양한 접점을 통해 발신되는 메시지에 디자인(모양, 형태)의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은 C.I. / B.I.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각각의 접점 자체를 직접 운영하지 않기에 접점 자체를 디자인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기업 P&G는 브랜드 별로 독자적인 B.I. 전략을 구사합니다.

상품으로서의 서비스와 접점으로서의 서비스

위에서 상품은 다시 ‘기능’ ‘가격’ ‘서비스’로 나누어진다고 언급했는데,  ‘접점’을 설명할 때도 서비스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상품으로서의 서비스’와 ‘접점의 일부인 서비스’는 다음과 같이 구별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가 상품인 경우는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가 서비스(상품)로 구현되는 경우입니다. 서비스가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만드는 본질적인 인 경우엔 서비스=상품이 되겠지요.
반면 ‘접점’에 속하는 서비스는 상품을 통해 전달된 가치가 유지·보존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부가적인 고객 지원 활동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서비스(고객 지원 활동)라 하더라도 애초에 상품(서비스)이 전달한 가치가 전제되어야 하며 독립적으로 비즈니스를 일으킬 수 없는 경우에는 서비스=접점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정보사회의 발전과 함께 차츰 경계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연재 내내 반복해 다룰 중요한 주제입니다.

상품의 디자인 요소 — 기능·가격·서비스

가장 중요한 기업의 디자인 요소인 상품은, 다시 세 가지 요소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바로 기능, 가격, 서비스가 그것인데요. 이 세 가지 요소는 곧 상품의 경쟁력을 결정 짖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고객 감동을 최고의 가치로 어쩌고저쩌고하는 기업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지요? 네 아주 많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생각나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웹사이트에 가면 어딘가에 분명히 쓰여 있는 표현이에요.


어딘가 분명히 쓰여 있음.jpg

제가 다녔던 한샘 역시 그러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기능, 가격,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여 고객 감동을 구현’하라고 교육하지요. ‘고객 감동’이란 일상생활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기업 용어라 조금 어색하긴 합니다. 하지만 꽤 적절하게 목표를 제시하는 표현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기능, 가격, 서비스라는 세 가지 상품의 경쟁력이 높은 수준에 도달해 고객에게 감동을 전달하자는 지향점을 임직원에게 제시하는 것이니까요.

이 중 하나만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세 가지 요소를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진정한 기념비적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교육합니다. 실제 사례를 찾아보아도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적인 상품들이 처음 등장할 때부터 그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거든요.

다음 포스팅부터는 기능, 가격, 서비스와 디자인의 관계를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상품이 탄생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시장이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 전체를 훑어보면 숨어있던 디자인 전략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포스팅 요약

  • 기업의 디자인 요소는 세 가지.
    1. 상품 :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가치를 담은 모든 것
    2. 기업 : 기업의 정체성을 보이고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모든 것
    3. 접점 : 상품이 고객과 만나는 모든 채널, 모든 접점

관련 도서

배달의 민족 서비스(상품)을 제공하는 기업 우아한 형제들의 사례를 통해 기업 브랜드 전략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기업의 ‘자기 다움’을 브랜드로 해석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IT 서비스 기업이 어떻게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는지 인터뷰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 이미지를 누르면 북스톤 블로그로 이동합니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1

CEO가 알아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어떤 기업이든 CEO는 한정된 자원을 투입해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 가장 중요한 사안을 찾아 집중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지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면 업무를 전담할 임직원이 없어 CEO가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의 종류도 많고 알아야 할 지식도 많습니다. 상품개발에 모든 업무시간을 투입해도 부족한데 그 와중에 사람도 뽑아야 하고 비전과 가치도 공유해야 하고 세무회계도 처리해야 하죠. 회계만 보더라도 재무제표 부터 결산까지 들여봐야만 할 문제들이 넘칩니다. HR, 회계와 같이 복잡한 경영 업무를 전담할 담당자가 있다 해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개념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HR, 회계, 세무와 같이 모든 기업 경영에 공통적인 부분을 다루는 많은 입문서와 지침이 있으며, 외부조달이 가능한 컨설팅 서비스도 존재합니다. 디자인은 어떨까요? 경영의 관점에서 CEO를 위한 디자인 안내서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 서적은 대부분 디자인 전공자 또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쓰였습니다.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해 회계의 탄생과 역사를 세세하게 외울 필요가 없는 것처럼, CEO에게는 어떤 폰트가 더 나은지, UI의 최신 기술이 무엇인지, 더 고급스러운 색상이 무엇인지보다는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 전략적인 판단에 적용할 디자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경영과 디자인을 어떻게 연결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CEO를 위해 준비한 연재 글입니다. UX 디자인이 무엇인지 타이포그래피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기업이 마주한 과제와 현재의 경쟁 속에서 어떻게 디자인 전략을 펴야하는지, 현재의 문제와 미래의 성장을 위해 어떻게 디자인하는 것이 좋은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경영이 사업기획서가 아니듯, 디자인은 모양이나 형태가 아니다

디자인이 뭘까요? 감이 잘 안 잡히고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디자인을 전공하고 십 년 넘게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해왔지만, 저 역시 누군가 ‘디자인’을 말할 때마다 과연 어떤 의미로 사용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저와 상대방이 서로 다른 의미로 ‘디자인’을 말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비단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의 사이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와 이야기 중에도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분명한 이유가 있더군요. 너무 단순한 이유이기도 했고요. 바로 상황에 맞게 ‘Design’을 번역해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때그때 맥락에 맞게 번역하거나 추가 설명이 필요한데 그냥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상대방이 이해하리라 생각해왔던 것이죠.

「로고와 이쑤시개」라는 책에서는 ‘디자인’의 여러 가지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하나의 문장에 구겨 넣었습니다. 


Design is to design a design to produce a design.

①디자인은 ②디자인을 ③디자인하기 위해 ④디자인을 만드는 것이다.


디자인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됨을 한 문장으로 보여준 것이죠. 물론 사전을 찾아보면 몇 가지 의미가 더 나오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의미는 모두 이 한 문장에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고와 이쑤시개」는 홍콩폴리텍대학의 존 해스캣 John Heskett 교수가 쓴 것으로 국내에도 번역판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세미콜론 2005

제일 앞에 있는 ①‘디자인’은 이 문장의 나머지 부분이 설명하려는 일반적인 의미·개념으로서의 디자인을 지칭하는 명사입니다.

두 번째 ②‘디자인’은 명사로 완성된 결과물의 모양과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고요. 사용자 관점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거의 이 두번째 의미로 쓰인다고 보아도 되겠습니다.

세 번째 ③‘디자인’은 동사로 설계하는 행위, 개발 또는 계획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 ④‘디자인’ 역시 명사인데 ‘시안’이나 ‘설계’ 등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즉, 최종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밑그림’이나 ‘계획안’이지요. 세계적인 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페어의 어떤 전시 부스에서 누군가가 ‘디자인’을 말할 때는 자사의 신상품 또는 새로 개발한 프로토타입을 의미할 가능성이 큽니다.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디자인’을 적절한 번역과 설명 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게 들립니다. 디자인 에이전시의 회의실에서라면 개발 중인 시안을 의미할 수도 있고 최종 결과물의 모양이나 형태를 말할 수도 있지요. 결국, 상황에 맞춰 ‘디자인’이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필요한 경우 ‘디자인’ 바로 뒤에 해당하는 의미를 작은 글씨로 표기하겠습니다.

디자인은 회계나 서비스와 같은 지속적인 기업 활동이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개념)은 이 모두를 포함하지만 어느 한 가지 의미에 집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기업 활동으로서의 디자인(개념)은 소비자가 바라보는 디자인(개념)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 차원에서 디자인(결과, 모양, 형태)을 판단하는 것은 기업이 디자인(개념)을 이해하는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가 건강과 환경 같은 이유로 상품의 제조 정보를 필요로 하지만, 기업이 원가나 유통과 같이 관리의 대상으로 제조 정보를 다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죠.

경영 관점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회계나 서비스와 같은 지속적인 기업 활동의 일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CEO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 혹은 서비스의 일부로 디자인을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업의 디자인 요소’를 설명할 때 예제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을 ‘설계’로 번역해서 사용하고, 상황에 따라 ‘시안’이나 ‘모양’ ‘형태’ 등으로 번역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영어의 ‘디자인’을 전부 ‘設計설계’로 표기합니다. 만약 중국인이 設計Shèjì라고 한다면 ‘design’으로 직역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디자인’을 ‘설계’로 번역하는 습관은 중국 시장도 대비도 겸하고,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디자인 = 모양 / 형태 / 완성된 상품의 스타일’ 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인거죠.

다음 포스팅 부터는 기업이 디자인 하는 대상, 즉 ‘기업의 디자인 요소’ 를 하나씩 짚어보면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포스팅 요약

  • 디자인은 그때그때 의미가 다르다.
  • 디자인은 회계나 서비스와 같은 지속적인 기업 활동이다.

관련 도서

스티브 잡스의 10가지 교훈

Guy Kawasaki
Guy Kawasaki | Wikipedia

지난 11월 14일, 코워킹 스페이스 하이브아레나에서 열린 페이스북 그룹 상품기획 연구회 11월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상품기획 연구회 조형일님이 진행한 이번 모임은 린스타트업 위크 2016의 비디오를 함께 보고 네트워킹하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시도와 학습의 빠른 순환을 강조한 린스타트업은 스타트업의 성장 뿐만 아니라 대기업, 정부 등의 조직에서도 혁신을 창조하는 방법론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린스타트업 위크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학습과정과 체험을 공유하는 컨퍼런스입니다.
공식 웹사이트유스트림을 통해 강연 동영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를 통해 유료등록한 참가자에게는 모든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코드를 제공하는데, 올해 행사 영상이 지난주에 유스트림을 통해 대부분 공개되었습니다. (한글자막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11월 모임에서 함께 시청한 가이 카와사키 Guy Kawasaki의 ‘스티브 잡스의 10가지 교훈’ 강연을 번역해 올립니다. 창업가 정신을 잡아주는 ‘훌륭하고 짧지 않은’ 강연입니다.

창업가들은 여러 가지 도전과 난관과 마주하게 됩니다. 투자도 받아야 하고 벤처캐피털도 상대해야 하고 주식상장도 해야죠. 창업가에게 닥친 가장 큰 난관은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이점을 확실히 해두죠. 트위터에 올리세요. 저를 더는 팔로우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계속 그러고 다닐 거에요.

발표 시간이 14분 11초가 주어졌네요. 아마 넘기게 될 것 같아요. 어쩌겠어요? 내년에 저를 안 부를 것도 아닐 텐데. ㅎㅎ 어차피 시작도 지연됐는데 너무 신경 쓰지 맙시다.
저는 스티브 잡스의 10가지 교훈을 이야기할 거에요. 창업가인 제가 스티브로부터 배운 10가지 교훈이죠. 저는 1883~1887, 1995~1997년에 애플에서 일했습니다. 저는 매킨토시 사업부에 있었는데 틀림없이 ‘캘리포니아 역사상 병적으로 콧대 높은 사람들egomaniac이 가장 많이 모인 집단’이죠. 이거 대단한 거예요. 왜냐면 캘리포니아에는 병적으로 콧대 높은 사람들이 정말 많거든요. 매킨토시 사업부는 ‘캘리포니아 역사상 병적으로 콧대 높은 사람들egomaniac이 가장 많이 모인 집단’이라는 타이틀을 30년 넘도록 유지했을 거예요. 페이스북이 최근에 그 기록을 깬 거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30년 넘는 기간 동안 타이틀을 차지하는 건 우리일 거예요.

테크 분야의 발표를 많이 보셨죠? 저도 많이 봤습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강의가 후지고 장황하죠. 최악의 조합이에요. 강의가 후져도 짧다면 괜찮아요. 강의는 훌륭한데 좀 길다면 나쁠 것도 없죠. 후진데 긴 강의는 정말 나빠요. 멍청한 데다 거만한 거랑 비슷하죠. 저는 TOP10 방식으로 발표할 거라, 강의가 후져도 앞으로 몇 개만 참으면 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스티브 잡스에게 배운 10가지 교훈이에요.

1. 소비자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Customers can’t tell you what they need.

소비자는 현재 주어진 것만 생각해요. 더 빠르고 싼 걸 원하죠. 소비자는 진정한 혁신을 말하지 못해요. 그래서 소비자에게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는 건 아주 위험해요. 80년대에 애플이 물어봤을 때, 소비자들은 더 크고 빠르고 저렴한 애플II를 원했어요. 그 누구도 소프트웨어도 없고 개발언어도 없고 조그만 디스크 2장이 들어가는 램도 부족한 쓰레기를 만들어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근데 우린가 만든 게 바로 그거였어요. 소비자들은 여러분이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못합니다.

2. 혁신은 ‘다음 파도’에 찾아온다.
Innovation happens on the next curve.

‘이번 파도’에 변화가 찾아오는 법은 없어요.
아날로그 시대의 사례를 들어보죠. 얼음 1.0은 얼음을 채취하던 사업이었어요.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한겨울에 얼어붙은 호수나 강에서 말에 톱을 달고 얼음덩어리를 잘라 냈죠. 30년쯤 지나서 얼음 2.0의 시대가 왔어요. 얼음 공장은 계절에 상관없이 얼음을 생산했어요. 지역도 상관없어졌죠. 할렐루야~ 겨울도 필요 없고 추운 날씨도 필요 없어요. 호놀룰루, 싱가포르, 상파울루… 삶이 훨씬 나아졌습니다.얼음 3.0의 시대. 이제 냉장고가 얼음을 만들기 시작했죠. 인부가 트럭에 얼음을 실어나르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얼음 공장이 생긴 거에요. 이건 PC라고 합니다. Personal Chiller죠. 이 사례의 훌륭한 점은 얼음 채취나 얼음 공장 사업체 중에 냉장고 비즈니스를 시작한 곳이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냉장고 회사 중에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변화한 기업도 없지요.
전부 ‘이번 파도’ 안에서 태어나고 사라졌어요. 현재의 ‘업’을 바탕으로 자신을 규정했지, 제공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얼음 채취, 얼음 공장, 냉장고 모두 ‘편리함과 온도를 낮추는 것’이라는 똑같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얼음 채취에서 얼음 공장으로 진화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얼음 공장이 냉장고 사업으로 혁신했을 것 같지만 그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죠. 여러분 중 몇 명이 코닥 카메라를 사용하나요? 누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쓰죠? 몇 명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컴퓨터를 사용하나요? 레밍턴 타자기는 어때요? 스미스 코로나 타자기는요? 기업은 절대 ‘다음 파도’로 점프하지 못해요. 진정한 변화는 ‘다음 파도’를 타고 옵니다.

3. MVVVP를 만들어라.
Make a MVVVP

존경하는 에릭 리스(린스타트업 저자)가 제안한 린스타트업의 핵심 컨셉의 사생아를 만들어봤어요. 에릭이 저보다 책을 많이 팔아서 엄청 질투하고 있어요. 그가 최소 요건 제품 MVP minimum viable product라는 멋진 컨셉을 만들었습니다.
전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V를 두 개나 더 집어넣을 거에요. 알겠죠? 제가 집어넣을 첫 번째 V는 가치value에요. 요건을 충족하지만 가치 없는 걸 만들고 있을 수도 있어요. 제가 포함할 또 다른 V는 입증함validated 이에요. 데이터나 프로토타입 상품, 서비스가 비전을 입증해야하죠. 자 이제 여러분들은 최소 요건을 갖춘 가치 있는 (비전을) 입증하는 상품을 만드는 거에요.
매킨토시는 세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유효했고, 비전을 입증했으며 가치가 있었죠. 매킨토시는 세상을 바꿨습니다. 애플에서 반대 사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애플이 어느 날 레이저프린터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할수도 있겠죠. 애플 스토어에 가서 매킨토시도 사고 애플 브랜드의 레이저프린터를 살 수도 있다고 칩시다. 유용하겠죠. 사람들이 살 거예요. 그런데 이게 가치가 있을까요? 전혀 없어요. 세상은 이제 새로운 레이저프린터를 원하지 않아요. 프린터가 애플의 비전 중 하나라도 입증하나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냥 프린터일 뿐이에요.
여러분의 기준을 높이시길 바랍니다. MVVVP를 만드세요.

4. 큰 도전은 큰 변화를 일으킨다.
Big challenges cause big changes.

스티브에게 배운거에요. 큰 변화를 원한다면 사람들에게 더 큰 도전을 직면할 수 있도록 해야죠. 개인용 컴퓨터를 하나 더 만듭시다. 중년층을 위한 스냅챗을 만듭시다. 그러면 안되요. ㅎㅎ 큰 도전이 필요해요. 스티브가 매킨토시로 사업에 도전했을 때 그건 또 다른 컴퓨터를 선보이려던게 아니었어요. 그건 IBM이 세상을 점령하는걸 막자는 거였죠. 전체주의자의 세계, 조지 오웰이 예측한 미래를 막는 거였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티브 잡스 사진이에요. 큰 도전은 거대한 결과를 낳습니다.

5. Less is more.

다섯 번째 스티브의 교훈은 Less is More입니다.
애플을 보면 잘 알 수 있어요. 아주 최근의 애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USB-C만 보면 너무 멀리 간 것 같기도 해요. ㅎㅎ 애플 직원들은 SD카드도 안 쓰고 외부 모니터로 PT할 일도 없는가 봅니다. 비디오 단자도 없애버렸거든요. 그러면서 동글은 사랑하는 것 같은데… 이해할 수가 없네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더 줄이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제공합니다. 이 개념을 설명할 이미지를 두 장 보여드릴게요.

이건 스티브의 PT 자료에요. 슬라이드를 꼼꼼히 볼까요. 그림이 아주 아주 큽니다. ‘iTunes’라는 텍스트는 200포인트 크기고요. 화면 아래 문장 ‘The best Windows app ever written’은 90포인트 크기죠. 여러분들 중에서 자료 슬라이드에 가장 작은 글자 크기가 90포인트인 분이 있나요? 아무도 없을 거예요. 이게 스티브 잡스 에요. 가장 스티브 잡스다운 모습이죠.
상대적으로 반대편의 개념은 아마도 More is More일텐데 이를 대표하는 사람은 빌 게이츠 에요.

말해보세요.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 슬라이드인가요?
둘 다 억만 장자에요. 저는 빌 게이츠가 그의 PT자료를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억만장자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누군가는 빌 게이츠처럼 슬라이드를 만들면서도 억만장자가 될 수도 있을거예요. 또 스티브 잡스처럼 큰 폰트를 사용하고 문장을 줄인다고 해서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된다는 보장도 없죠.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여러분이 빌 게이츠처럼 슬라이드를 만들고 있다면 여러분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Less is More

6. 주장을 뒤집는 건 당신이 지적이라는 증거다.
Changing your mind is a sign of intelligence.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주장을 뒤집기로 유명하다는 사실에 충격받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가 항상 옳았기 때문에 유명한 것으로 알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스티브의 주장 뒤집기의 좋은 사례를 알려드리죠.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기본적으로 비공개 시스템이었어요. 만약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려면 사파리의 플러그인이어야 했어요. 그는 아이폰(의 시스템)을 보호하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했어요.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모든 언론과 전문가들이 스티브에게 말했어요. ‘스티브가 맞아요~ 아이폰 시스템을 잠가주세요. 잠겨있는 아이폰을 맘 편히 쓰길 원해요.’
일 년이 지나고 나서 스티브는 완전이 마음을 바꿨어요. 180도로 돌아섰죠. 아이폰은 운영체제를 열어서 어떤 앱이든 설치할 수 있게 바꿨어요. 그러자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티브~ 아이폰 시스템을 오픈하다니 천재적이에요!’ 중요한 내용은 스티브가 마음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그가 마음을 바꿨기 때문에 정책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었던 거예요. 주장을 바꾸는 건 당신이 지적이라는 증거이지, 우매함이나 당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7. 엔지니어(개발자)들은 예술가다.
Engineers are artists.

일곱 번째 교훈은 엔지니어들을 예술가처럼 대하라는 겁니다. 브럴 스미스의 사진입니다. 매킨토시 사업부의 분석 엔지니어에요. 스티브는 엔지니어들과 아주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어요. 왜냐면 엔지니어들이 ‘완성’ 시킨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모든 비전과 열정, 디자인의 감성적인 부분까지 모두 엔지니어를 필요로 합니다.
저는 스타트업에 오직 두 개의 직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만들고 누군가는 팔아요. 그게 전부에요. 나머지는 전부 쓸데없어요. 만들거나 팔아야 해요. 그게 다예요. 이 과정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 -브럴이나 다른 엔지니어들-은 예술가에요. 그들을 예술가처럼 대해야 합니다.

8. 마케팅은 독특한 가치다.
Marketing = unique value.

여덟 번째 교훈은 여러분이 창업가로서 마케팅에 대해 알아야 할 전부입니다. 아주 단순한 도표에요. 축이 두 개 있습니다. 수직은 독특함, 수평은 가치에요. 매킨지에서 일하거나 매킨지의 제안을 본적이 있다면 알거에요. 2 X 2 측정법이에요. 도표 오른쪽 위 포지션을 원하는 경우 매킨지한테 5억원을 내야하는 걸 제가 공짜로 알려드리죠. 여러분 모두 오른쪽 상단으로 가고 싶어하죠. 우선 4개의 포지션을 다 살펴볼까요.
오른쪽 아래는 제가 ‘DELL 코너’라 부르는 포지션이에요. DELL 코너는 유용하고 가치가 있지만 독특하지 않아요. DELL 코너에서는 항상 가격경쟁을 해야 하죠. 드롭박스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이클라우드와 구글이 경쟁합니다. 전부 비슷하죠. 전부 클라우드고 모두 가격으로 경쟁하죠.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요. DELL은 성공했죠. 하지만 언제나 가격으로 경쟁해야 합니다.
왼쪽 상단을 볼까요. 정말로 독특하지만 아무 가치가 없어요. 이 포지션은 정말 바보짓이에요.
왼쪽 하단은 제가 ‘dog com 코너’라고 불러요. 여기는 독특하지도 않고 가치도 없죠. 온라인에서 개 사료를 파는 것과 같아요. 온라인에서 개 사료를 파는 것의 문제점은 가치가 없다는 점이에요. 물론 개사료 값을 할인할 수 있겠죠. 하지만 배송료와 운영비가 들어요. 게다가 캔에 든 사료를 배송할 때 누군가 집에서 받아줘야하죠. 결국 오프라인하고 똑같은 비용이 되버려요. 가치가 없죠. 독특하지도 않아요. 왜냐면 실리콘벨리에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이 벌써 pet.com mypets.com epets.com lastpets.com 같은 회사에 투자했기 때문이에요. 지금부터 사업 제안을 들려드릴께요. 여러분들이 절대 이딴 제안을 하지 않도록 말이죠.
‘3억 명의 미국인 4명 중 한명이 개를 키웁니다. 7천5백만 마리의 개들이 하루에 2캔의 사료를 소비하죠. 1억 5천만 개의 개사료가 하루에 소비됩니다. 하루에 1억 5천만 개가 팔리는 시장이죠. 우리 회사의 끝내주는 프로그래머 — 어느 주말에 술처먹다 한 번 만났던 — 가 시장의 1%를 가져가는 건 어렵지 않아요. 1억 5천만 개 중 1%면 150만 개죠. 여기에 365일을 곱해야죠. 왜냐면 개는 꼭 먹어야 하니까요. 이건 B2B가 아니라 B2C에요. 더 정확히 말하면 B2D죠.’
이래서 세상에 pet.com mypets.com epets.com lastpets.com이 생겨난 거예요. 절대로 이런 제안 하지 마세요. 감히 ’저는 그저 하루 1억 5천만 개가 팔리는 시장의 1%만 차지하려고 합니다.*’ 따위의 사업 제안하지 마세요. 여러분 중에 이렇게 제안해 본 사람 있죠? 분명히 있어요. 이렇게 제안하지 않아본 사람 손들어봐요. 여러분 여기 거짓말쟁이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포지션은 오른쪽 상단이죠.
아주 독특하고 가치 있다는 뜻입니다. 제 생각에 첫 번째 아이팟은 아주 독특했어요. 클릭 휠과 같은 독특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었죠. 사람들은 이런 인터페이스를 받아들였어요. 저렴하게 대형 레코드사의 음원을 쉽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도 독보적이었어요. 이게 바로 마케팅의 성배와 같은 거예요. 당신이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독특하고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파는 사람’이라면 여러분의 상품이 독특하고 가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모바일 시장의 1%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9. 혁신가는 부정적인 의견을 무시한다.
Innovators ignore naysayers.

혁신가는 부정적인 의견을 무시합니다. 무시해야만 합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반대쟁이(naysayer)가 있습니다. 저는 멍덩치*들(bozos)이라 부르는데 세상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교활하고 고약한 몸냄새 나는 짠돌이죠. 일제 시계에 녹슨 자동차 따위를 가지고 있고요. 보자마자 낙오자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인데 전혀 위험한 멍덩치가 아니에요. 왜냐면 낙오자들이나 낙오자들의 말을 듣거든요.
정말 위험한 멍덩치들은 온통 검정색 수트를 입고 있어요. 위험한 멍덩치들은 이름이 ‘i’로 끝나는 걸 많이 가지고 있어요. 아르마니 Armani 마세라티 Maserati 람보르기니 Lamborghini 페라리 Ferrai … 아우디 Audi는 괜찮아요. 이들은 성공한 멍덩치들이죠. 현명하기 때문에 돈 많고 유명해진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 돈 많고 유명한 사람들은 운이 좋았던 거에요. 현명함 때문에 부유하고 유명한거면 톰 크루즈가 말하는 영적인 복음을 새겨들어야겠죠. 킴 카다시안한테 가족 부양을 배우고요. 이건 위험합니다.
멍덩치는 감기 예방처럼 다뤄야 합니다. 감기 걸리는 걸 어떻게 막죠? 약간의 멍덩치 바이러스를 주입해야 진짜 멍덩치 바이러스를 막아낼 항체가 생기는 거죠. 제가 여러분께 멍덩치 바이러스를 좀 뿌릴 거에요.

‘전 세계에 컴퓨터는 5대면 충분하다.’
-토마스 왓슨.IBM 창업자. 1943-
전 집에 맥이 5대 있어요. 세상 모든 컴퓨터가 제집에 있는 거죠.

‘전화기란 물건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생각하기에 결점이 너무 많다. 우리에게 아무런 가치를 주지 못하는 기계다.’
-웨스턴 유니언의 내부 메모. 1876-
1876년에 웨스턴 유니언은 전화기 사업을 걷어찼어요. 어이쿠! 비트코인이나 스퀘어일수도 있죠 페이팔일 수도 있고요. 전화기 회사가 인터넷 회사로 변화하지 못합니다.

‘집에 컴퓨터를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켄 올슨. 디지털 이큅먼트 지주회사 창업자. 1977-
DEC를 만든 위대한 창업가죠. 수많은 컴퓨터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이지만 개인용 컴퓨터는 무시했어요. 이래서 엄청나게 성공한 얼음 공장 사업이 냉장고 사업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진 필름 생산 사업이 디지털 사진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죠.

멍덩치들이 여러분을 헷갈리게 두지 마세요. 누군가가 여러분이 실패할 꺼라 말하는 게 성공의 조건이라는 말이 아니에요. 그렇게 간단하지 않죠. 하지만 누가 실패할거라고 해서 시도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을 테고 그때 정말로 실패하는거죠. 그게 진짜 시험이에요.

*멍덩치 = 멍청+덩치. Bozo 덩치가 크고 힘이 세지만 두뇌회전이 빠르지 않은 사람. 적당한 말이 없어서 만들었습니다 .  🙂

10. 어떤 것은 믿어야만 볼 수 있다.
Some things need to be believed to be seen.

열 번째 교훈은 스티브에게 배운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무언가를 믿어야만 볼 수 있다는 교훈이죠. 거의 모든 사람은 이 반대로 말하죠. ‘보면 믿을 게’ 하지만 여러분들(창업가들)은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믿으면 그때는 볼 수 있습니다. 매킨토시 소프트웨어 전도사로 일했던 저는, 사용자도 없고 저작 도구도 없는 데다 천만 원짜리 개발 라이센스를 사야 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도록 설득하는 일을 했어요. 매킨토시가 사람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창조적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믿도록 설득하는 일이었지요. 충분히 많은 개발사를 설득해서 소프트웨어가 생겨나면, 매킨토시가 정말로 그렇게 보일 것이라 믿은 거에요. 창업자의 삶은 이래야 합니다. 사람들을 설득해서 볼 수 있게 만드는 거죠. 그게 창업가정신이에요. 그것이 바로 애플을 세계 최초의 700조 기업으로 만든 이유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세상을 바꾸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여기 온 이유는 바로 그거에요. 여러분은 의미 있는 일을 만들기 위해서지 돈을 벌러 여기 온 게 아니에요. 구글이 정보를 민주화하고 애플이 컴퓨터를 민주화 한 것, 그것이 여러분들이 할 일이죠. 세상을 바꾸는 거에요. 이것이 제가 스티브로 부터 배운 창업과 혁신에 대한 10가지 교훈입니다.
고맙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멘토로 유명한 가이 카와사키는 2011년부터 ‘스티브 잡스의 12가지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번 강연을 해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12개를 10개로 줄이기도 했는데 함께 보시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2013년 TEDxUCSD 강연 영상

2011년 Silicon Valley Bank 강연 영상

2011년 C|net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