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6

상품의 디자인 요소 — 서비스

기업의 디자인 요소인 상품, 기업, 접점 중 상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세 가지 상품 디자인 요소 중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살펴보겠습니다.

서비스는 고객 센터, A/S 등 상품이 전달하는 가치가 유지·보존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 상품이 물리적인 형태를 갖춘 제품이던 과거에는 ‘서비스’와 제품을 구별해서 다루기도 했으나,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제품의 기능과 서비스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입니다. 제품이 상품의 기능을 대부분 담고 있다해도 서비스가 상품 선택을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식이지요. 리퍼폰으로 교체해주는 A/S 정책 때문에 아이폰 전환을 꺼리는 갤럭시 사용자의 사례는 제품과 서비스를 똑같이 중시하는 사용자 인식을 잘 보여줍니다.

정보사회에 접어들어 빠르게 발전한 IT 산업은 세상 거의 모든 상품의 서비스를 전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서비스 채널을 열어놓을 수 있게 되었고,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시간·장소·개인에 대응한 맞춤 서비스가 가능해졌지요.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IT 기업은 사용자에게 재화 대신 정보와 연결을 대가로 기능을 제공하고, IT 기업의 방법론에 영향을 받아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이 발전하면서 서비스는 사용자와 상품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서비스의 설계디자인가 상품의 가치를 바꾸어 놓는 시대로 진입한 것이지요.

다음 사례들은 이러한 시대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샤오미小米

샤오미 Mi Home 앱

샤오미는 자사의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OS를 사용하고 있지만 C/S 채널과 사용자 커뮤니티를 OS 차원에 도입하는 등 전체적인 설계를 교체했습니다. 스팩 대비 최저가에 가까운 하드웨어 가격은 직접 운영하는 콘텐츠 마켓플레이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보전하지요. 대신 OS 단에서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고 피드백을 일주일 단위로 서비스 개선에 적용하는 등 서비스 차별화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세계 5위 안에 드는 스마트폰 메이커로 성장했습니다.

샤오미는 백색가전에서도 남다른 서비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직접 운영하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사전 판매 방식으로 신상품을 출시해 초기 생산 리스크를 낮추고 입소문 마케팅 효과도 얻고 있습니다. 기존 가전제품처럼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지만, 통합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편리한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접근도 남다릅니다. 사용자는 앱을 설치하고 와이파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샤오미에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또한, 통합 앱에는 사오미의 전 제품 카타로그와 구매 링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샤오미는 거의 모든 사용자와 마케팅 및 판매 채널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샤오미는 이 같은 서비스 전략을 기반으로 마케팅 비용, C/S 채널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타사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서비스가 상품의 가격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테슬라 Tesl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배터리용량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75D모델 (현재 모델은 배터리 용량에 차이가 없음)

테슬라 역시 서비스 설계디자인을 통해 상품을 새롭게 정의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는 동일 모델 안에서 배기량, 연료, 편의 장치 등 하드웨어가 서로 다른 차를 만들어 판매해 왔습니다. 그러나 테슬라는 완전히 똑같은 종류의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따라 성능이 바뀌는 방식으로 자동차를 판매합니다.

소프트웨어로 판매하는 대표적인 부가 기능이 바로 자율주행입니다. 처음부터 자율주행 기능이 포함된 모델을 구매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구매해 언제든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배터리 저장 용량 마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살 수 있도록 설계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배터리 용량이 다른 경우 차 뒤에 붙는 모델명 또한 다른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배터리 용량을 구매하면 나중에 서비스 센터에서 모델명 글자판을 교체해주는 식입니다. 상품자동차을 만들 때, 서비스 설계디자인 덕분에 효율적인 단일 제조 공정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보쉬Bosch

독일 보쉬는 판매하는 중장비에 IoT를 결합해 기계 상태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합니다. 만약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고객이 요청하지 않아도 장비를 수리할 수 있습니다. 중장비 자체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건설 현장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IT 혁신에서 비롯된 이 같은 변화는 기존 서비스 개념을 넘어서 서비스 요소가 상품의 기능을 확장하고 가격 정책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인이 주목받는 것 역시 서비스의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상품의 디자인 요소 — 정리

모두 4회에 걸쳐 가장 중요한 기업의 디자인 요소인 상품을 다시 세가지 요소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세가지 요소와 디자인의 관계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능과 디자인
상품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디자인이 기능을 다루는 전략이 바뀌어야 함

탄생기 — 상품의 핵심 기능에 따르는 디자인설계, 모양, 형태
성장기 — 상품의 全形(최고의 기능, 가격, 서비스 만족 디자인 = 히트상품 디자인) 추구.
— 혹은, 히트상품 등장에도 흔들림 없는 확고한 포지션 확보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3

성숙기 — 디자인모양, 형태의 기능化, 핵심 사용자층의 정체성과 취향이 반영된 디자인 추구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4

가격과 디자인
디자인설계으로 경쟁력있는 가격을 만들거나,
가격을 뛰어넘는 디자인모양, 형태을 제공하거나.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5

서비스와 디자인
서비스 설계디자인로 상품의 기능 확장
서비스 설계디자인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조
서비스 설계 = 새로운 가치 디자인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6

다음 포스팅에선 기업의 디자인요소 중 두 번째, 기업과 브랜딩을 설명하겠습니다.

포스팅 요약
서비스가 상품의 새로운 가치 창조를 주도한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5

상품의 디자인 요소 — 가격

계속해서 기업의 디자인 요소인 상품, 기업, 접점 중 상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상품은 기능, 가격, 서비스의 세 요소로  다시 한  번 나눠 볼 수 있는데, 지난 회 까지는 기능을 살펴보았고 이번 포스팅에선 가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과 가격을 관계를 생각해보면 ‘디자인이 좋으면 가격이 비싸고, 디자인이 그저 그렇다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을 우선 떠오를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전혀 문제없는, 매우 상식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디자인을 단순히 완성된 상품의 모양이나 형태로 취급하고 있으므로 디자인과 가격의 유기적인 관계가 피상적으로 다루어 지고 있습니다.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면 디자인이 어떻게 가격과 연결되는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상품이든 가격은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입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생산 비용이 첫 번째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품 디자인은 생산 비용과 바로 연결됩니다. 목표한 가격에 맞추기 위해 디자인설계을 변경하거나, 매력적인 디자인모양, 형태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디자인설계이 가격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케아의 가격 디자인 전략

이케아는 디자인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만드는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이케아는 사용자가 직접 배송하고 조립하게 만들어 가격을 낮춘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중간 유통과 조립 비용이 빠진 것 이상으로 상품 가격이 저렴하지요. 대량 생산을 통해 개체의 단가를 낮추는 것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시도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케아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에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상품을 디자인함으로써 경쟁력을 극도로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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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의 디자인 혁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플랫팩 포장입니다. 플랫팩은 매장이자 창고인 이케아의 적제 효율을 높이고 물류비를 줄임과 동시에, 소비자의 자동차로 가구를 쉽게 옮길 수 있도록 부피를 최소화한 포장 방법입니다. 처음부터 배송비를 없애고자 한 이케아의 가격 정책이 만들어 낸 방법론이지요. 그래서 이케아의 거의 모든 상품은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플랫팩 포장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보통 가구라면 한 덩어리로 처리할 부품을 어떻게 분리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내구성이 떨어지지 않는 조립방법을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만 합니다. 이케아 가구를 직접 조립해 보셨다면 어째서 이 부분을 굳이 두 개의 부품으로 나누었을까 의아한 경우가 있었을 거예요. 바로 포장과 적재에 맞춰 상품을 디자인했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요구되는 내구성을 만족하면서도 최대한 가벼운 자재를 선택하기 위해 새로운 자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파티클 보드가 그것인데, 이케아 가구가 조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가구에서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품질이 높지 않은 파티클 보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케아 조립 설명서는 텍스트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또한 전 세계 매장에서 동일한 상품을 유통하여 관리비용을 줄이는 디자인이지요.

하나부터 열까지 온통 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하는 이케아지만, 가성비만 밀어붙이며 상식을 벗어난 모양의 상품을 억지로 사용자에게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저가를 추구하면서 이렇게 하는 일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케아는 종종 나사를 사용하지 않는 실험적인 상품도 발표하는데, 대부분의 가구 메이커가 채택하는 쉬운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조립 방법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패키지에 포함되는 부품 수를 줄이면서도 모양과 내구성은 손해 보지 않는 방법 같은 것 말이지요.

일반적인 책상의 다리 연결부
이케아 Lisabo 책상에 적용된 다리 연결부 콘셉트 디자인. Knut and Marianne Hagberg

이케아 PS 시리즈는 떠오르는 글로벌 디자이너,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 1년 이상의 워크숍 과정을 통해 개발하는 디자인 가구 라인입니다. 이케아는 2~4년 주기로 PS 시리즈를 발표하는데, 이케아가 지향하는 ‘민주적 디자인 democratic design’를 반영한 새로운 콘셉트의 디자인 가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케아 PS 라인 상품
영국의 디자이너 톰딕슨Tom Dixon이 디자이너와 함께 이케아 워크숍을 진행하는 모습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원가, 자재, 생산, 유통 등 모든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만들기 위해서는 초기 디자인설계을 잡은 이후에 지속해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케아가 추구하는 가격을 만족하는 새로운 디자인 가구를 만들기 위해 1년 이상의 긴 개발 기간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요.

많은 양을 한 번에 생산하기 때문에 개당 0.1원이라도 커다란 비용이 될 수 있습니다. 상품 디자인과 가격의 관계나 이러한 상품 개발 노력이 이케아만의 독특한 사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으로 알려진 이케아의 상품개발 과정은 디자인과 가격을 동시에 추구하는 좋은 본보기라 하겠습니다.

이를 반대로 보면 훌륭한 디자이너는 합리적으로 원가를 낮추면서 경쟁력 있는 — 고객 만족도가 높은 —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는 기업 주도로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낸 사례로 볼 수도 있고요.

디자인, 기능, 가격

허먼 밀러Herman Miller VS 이케아IKEA

물론, 위 사진의 두 제품은 소구하는 대상타겟이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사용자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의자라는 근본적인 기능은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은 타겟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디자인모양, 형태을 중심으로 4,200달러 상품을 만들 수도 있고, 가격을 중심으로 160달러 상품을 디자인설계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1에서 Design을 올바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디자인은 ‘설계設計 Shèjì’로 번역해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설계 과정에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자재를 선택하고 제조공정도 바꿨다’고 하면 design을 모양이나 형태로 해석하는 습관을 벗어날 수도 있고, 모양이나 형태를 보면서 ‘설계가 좋다’고 표현하는 것도 꽤 자연스럽기 때문이죠.

건축이나 제품 디자인 분야는 설계기획·개발의 관점으로 디자인을 인지하는 훈련이 되어있고, 중국은 Design을 ‘설계設計 shiji’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으므로, 중국 시장이 점점 중요해지는 우리로서 실용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포스팅 요약

가격
디자인은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훌륭한 디자이너는 가격 경쟁력과 모양·형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3

상품 디자인의 요소 — 기능

기능은 상품의 디자인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기능을 중심으로 상품이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기능은 상품기획의 첫 단계이고 핵심 경쟁력은 언제나 기능으로부터 나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능은 스팩specification과 다릅니다. 자동차의 엔진이 몇 마력인지 어떤 방식인지는 스팩에 해당하지만, ‘개인화된 이동 수단’이라는 자동차의 핵심 기능은 엔진 대신 모터를 사용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내연기관을 사용한 자동차와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플랫폼 비교.

테슬라의 자동차는 엔진 대신 모터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자동차 대비 1/100분의 부품만으로 온전한 개인 이동 수단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핵심 기능은 바뀌지 않았죠.
사람들은 1/4인치 드릴을 원치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1/4인치 깊이의 구멍이다. 시어도어 레빗

하버드 경영 대학의 시어도어 레빗Theodore Levitt은 상품의 기능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jobs to be done이라는 관점framework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벽에 구멍이 필요한 사용자의 진짜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드릴은 언젠가 탄생할 다음 세대의 상품으로 인해 완전히 대체될 수 있습니다. 가이 카와사키는 ‘스티브 잡스에게 배운 10가지 교훈’에서 냉장고의 사례를 들어 상품의 기능과 스팩의 다른 점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얼음 1.0은 얼음을 채취하던 사업이었어요.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한겨울에 얼어붙은 호수나 강에서 말에 톱을 달고 얼음덩어리를 잘라 냈죠.
30년쯤 지나서 얼음 2.0의 시대가 왔어요. 얼음 공장은 계절에 상관없이 얼음을 생산했어요. 지역도 상관없어졌죠. 할렐루야~ 겨울도 필요 없고 추운 날씨도 필요 없어요. 호놀룰루, 싱가포르, 상파울루… 삶이 훨씬 나아졌습니다.
얼음 3.0의 시대. 이제 냉장고가 얼음을 만들기 시작했죠. 인부가 트럭에 얼음을 실어나르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얼음 공장이 생긴 거에요. 이건 PC라고 합니다. Personal Chiller죠. 이 사례의 훌륭한 점은 얼음 채취나 얼음 공장 사업체 중에 냉장고 비즈니스를 시작한 곳이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냉장고 회사 중에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변화한 기업도 없지요.
전부 ‘이번 파도’ 안에서 태어나고 사라졌어요. 현재의 ‘업’을 바탕으로 자신을 규정했지, 제공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생각하지 않았지요. 얼음 채취, 얼음 공장, 냉장고 모두 ‘편리함과 온도를 낮추는 것’이라는 똑같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더 쉽고 빠르게 벽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면 지금의 핸드 드릴이 더는 필요하지 않겠죠.


‘이번 파도’에 속하는 전동 드릴
‘다음 파도’가 될 라이트세이버 (?)

디자인 격언 중 가장 유명한 한 마디가 있다면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follows Function.’ 일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form은 형태 즉, 디자인과 의미상 연결되고 function은 기능 또는 job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기능function, job이 상품의 디자인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살펴보는데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이 탄생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그 시장이 성장하고 성숙해 나가는 과정 전체를 훑어보면 결과적으로 디자인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아이디어 — 개발기 — 도입기 — 성장기 — 성숙기 — 쇠퇴기

상품이 세상에 등장하기 이전인 아이디어, 개발기를 제외하면 상품은 도입 – 성장 – 성숙 – 쇠퇴의 4단계 라이프사이클을 가집니다. 성숙기에 새로운 상품이 등장해 시장을 더욱 확대하면서 성장과 성숙을 이어가기도 하지요.

이를테면 2016년 현재, 스마트폰의 라이프사이클은 1~2년 주기로 새로운 상품이 등장해 시장을 더욱 확대하는 성장+성숙기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하겠습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 탄생
시장을 개척하는 혁신 상품 등장

새로운 카테고리의 상품이 처음 등장할 때는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주1 독보적인 기능으로 전에 없던 가치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면 디자인모양, 형태이 좀 부족해 보여도 잘 팔립니다. 디자인모양, 형태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기능을 위해 선택한 모양과 형태라는 것이지요. 이는 상품 디자인의 두 번째 요소 ‘가격’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새로운 상품인 만큼 본격적인 대량생산에 진입하지 못해 생산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전략적으로 ‘기능을 통한 가치 전달’에 적합한 모양과 형태를 선택함으로써 사용자가 수용하기 충분한 가격을 디자인한 것입니다.


1세대 자동차
1세대 냉장고
1세대 세탁기

발명 후 지금까지 근본적인 기능이 바뀌지 않은 대표적인 상품들입니다. 상품의 디자인모양, 형태이 기능에 맞추어 최소화되어있다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 바퀴나 냉장고 문, 세탁기 회전 통과 같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부분도 보이고요. 현대의 제품과 비교해보면 기능을 만드는 핵심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암체어. 1960~1970년대
B33. MARCEL BREUER 1930년대

 주1
이러한 디자인 방법론은 모던 디자인 이후에 구축된 것입니다.
산업화 이전의 제품은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공예 장인들이 왕과 귀족 같은 상위 계층을 위해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근대 디자인은 대량생산을 통해 더 많은 사용자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기능을 중심으로 이전과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했습니다. 스타일 관점으로 디자인을 말할 때 ‘모던 디자인’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아직 모던 디자인 시대에 속해 있습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 성장
차별화로 경쟁하는 성장기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고 전체 시장 규모가 잡히면 후속 주자들이 앞다투어 새로운 상품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때는 상품 디자인 전략이 매우 중요한 순간입니다. 선발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후발주자들은 스팩과 외형 중심의 경쟁을 전개해 나갑니다. 더 저렴한 상품이 등장하고, 부가적인 스팩이 늘어나고, 모양과 형태로 차별화를 꾀하는 수많은 상품이 역동적으로 시장을 키워나갑니다. 별의별 디자인모양, 형태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소니의 워크맨은 휴대할 수 있는 개인화된 가전기기를 대중화한 최초의 상품이었습니다.

소니 워크맨의 성공으로 포터블 스테레오 시장이 열린 후 수많은 가전 기업이 새로운 스팩과 외형의 상품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소니 또한 조금 다른 스팩과 외형의 워크맨 유사품을 만들어 시장을 키우는데 동참했지요.

소니 워크맨. 1979. 아키오 모리타盛田昭夫, 마사루 이부카井深大, 코조 오노네大曽根幸三

성장기가 디자인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유는 디자인을 통해 유의미한 브랜드로 정착하지 못하는 상품은 시장의 성숙과 함께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를 잃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시장 성장기의 디자인 전략은 상품의 고유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과 디자인을 찾아내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의 표준을 새로 정의할 ‘다음 파도’가 왔을 때 말 그대로 파도에 휩쓸려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퍼스널 스테레오의 ‘다음 파도’ iPod

*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테이프 레코더를 처음 발명한 것은 독일의 발명가 안드레 파벨Andreas Pavel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스테레오 벨트는 상품화에 실패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제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는 아주 많습니다. 같은 포터블 스테레오 제품인 mp3플레이어 역시 똑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알려진대로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는 한국 세한정보통신이 개발한 MPman이었습니다. MPman은 ‘다음 파도’ 아이리버iriver에 휩쓸려 사라졌고, 아이리버는 애플의 ‘다음 파도’ iPod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포스팅 요약

기능
상품의 기능은 상품의 가치를 정의한다.
기능은 스팩이 아니다

상품 라이프사이클과 디자인
도입기 — ‘기능’을 위한 ‘부족해 보이는 디자인’의 선택
성장기 — 스팩과 외형 중심의 시장 확대. ‘다음 파도’에 살아남을 브랜드 만들기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1

CEO가 알아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어떤 기업이든 CEO는 한정된 자원을 투입해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 가장 중요한 사안을 찾아 집중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지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면 업무를 전담할 임직원이 없어 CEO가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의 종류도 많고 알아야 할 지식도 많습니다. 상품개발에 모든 업무시간을 투입해도 부족한데 그 와중에 사람도 뽑아야 하고 비전과 가치도 공유해야 하고 세무회계도 처리해야 하죠. 회계만 보더라도 재무제표 부터 결산까지 들여봐야만 할 문제들이 넘칩니다. HR, 회계와 같이 복잡한 경영 업무를 전담할 담당자가 있다 해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개념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HR, 회계, 세무와 같이 모든 기업 경영에 공통적인 부분을 다루는 많은 입문서와 지침이 있으며, 외부조달이 가능한 컨설팅 서비스도 존재합니다. 디자인은 어떨까요? 경영의 관점에서 CEO를 위한 디자인 안내서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 서적은 대부분 디자인 전공자 또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쓰였습니다.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해 회계의 탄생과 역사를 세세하게 외울 필요가 없는 것처럼, CEO에게는 어떤 폰트가 더 나은지, UI의 최신 기술이 무엇인지, 더 고급스러운 색상이 무엇인지보다는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 전략적인 판단에 적용할 디자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경영과 디자인을 어떻게 연결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CEO를 위해 준비한 연재 글입니다. UX 디자인이 무엇인지 타이포그래피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기업이 마주한 과제와 현재의 경쟁 속에서 어떻게 디자인 전략을 펴야하는지, 현재의 문제와 미래의 성장을 위해 어떻게 디자인하는 것이 좋은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경영이 사업기획서가 아니듯, 디자인은 모양이나 형태가 아니다

디자인이 뭘까요? 감이 잘 안 잡히고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디자인을 전공하고 십 년 넘게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해왔지만, 저 역시 누군가 ‘디자인’을 말할 때마다 과연 어떤 의미로 사용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저와 상대방이 서로 다른 의미로 ‘디자인’을 말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비단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의 사이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와 이야기 중에도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분명한 이유가 있더군요. 너무 단순한 이유이기도 했고요. 바로 상황에 맞게 ‘Design’을 번역해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때그때 맥락에 맞게 번역하거나 추가 설명이 필요한데 그냥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상대방이 이해하리라 생각해왔던 것이죠.

「로고와 이쑤시개」라는 책에서는 ‘디자인’의 여러 가지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하나의 문장에 구겨 넣었습니다. 


Design is to design a design to produce a design.

①디자인은 ②디자인을 ③디자인하기 위해 ④디자인을 만드는 것이다.


디자인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됨을 한 문장으로 보여준 것이죠. 물론 사전을 찾아보면 몇 가지 의미가 더 나오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의미는 모두 이 한 문장에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고와 이쑤시개」는 홍콩폴리텍대학의 존 해스캣 John Heskett 교수가 쓴 것으로 국내에도 번역판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세미콜론 2005

제일 앞에 있는 ①‘디자인’은 이 문장의 나머지 부분이 설명하려는 일반적인 의미·개념으로서의 디자인을 지칭하는 명사입니다.

두 번째 ②‘디자인’은 명사로 완성된 결과물의 모양과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고요. 사용자 관점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거의 이 두번째 의미로 쓰인다고 보아도 되겠습니다.

세 번째 ③‘디자인’은 동사로 설계하는 행위, 개발 또는 계획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 ④‘디자인’ 역시 명사인데 ‘시안’이나 ‘설계’ 등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즉, 최종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밑그림’이나 ‘계획안’이지요. 세계적인 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페어의 어떤 전시 부스에서 누군가가 ‘디자인’을 말할 때는 자사의 신상품 또는 새로 개발한 프로토타입을 의미할 가능성이 큽니다.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디자인’을 적절한 번역과 설명 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게 들립니다. 디자인 에이전시의 회의실에서라면 개발 중인 시안을 의미할 수도 있고 최종 결과물의 모양이나 형태를 말할 수도 있지요. 결국, 상황에 맞춰 ‘디자인’이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필요한 경우 ‘디자인’ 바로 뒤에 해당하는 의미를 작은 글씨로 표기하겠습니다.

디자인은 회계나 서비스와 같은 지속적인 기업 활동이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개념)은 이 모두를 포함하지만 어느 한 가지 의미에 집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기업 활동으로서의 디자인(개념)은 소비자가 바라보는 디자인(개념)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 차원에서 디자인(결과, 모양, 형태)을 판단하는 것은 기업이 디자인(개념)을 이해하는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가 건강과 환경 같은 이유로 상품의 제조 정보를 필요로 하지만, 기업이 원가나 유통과 같이 관리의 대상으로 제조 정보를 다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죠.

경영 관점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회계나 서비스와 같은 지속적인 기업 활동의 일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CEO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 혹은 서비스의 일부로 디자인을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업의 디자인 요소’를 설명할 때 예제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을 ‘설계’로 번역해서 사용하고, 상황에 따라 ‘시안’이나 ‘모양’ ‘형태’ 등으로 번역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영어의 ‘디자인’을 전부 ‘設計설계’로 표기합니다. 만약 중국인이 設計Shèjì라고 한다면 ‘design’으로 직역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디자인’을 ‘설계’로 번역하는 습관은 중국 시장도 대비도 겸하고,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디자인 = 모양 / 형태 / 완성된 상품의 스타일’ 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인거죠.

다음 포스팅 부터는 기업이 디자인 하는 대상, 즉 ‘기업의 디자인 요소’ 를 하나씩 짚어보면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포스팅 요약

  • 디자인은 그때그때 의미가 다르다.
  • 디자인은 회계나 서비스와 같은 지속적인 기업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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