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9

비즈니스와 디자인 연결하기

기업은 이미 다양한 디자인상품 설계, 브랜딩,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디자인을 주도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CEO 또는 경영진 차원에서 디자인을 총괄적으로 운영·관리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디자인을 경영 성과와 연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고도의 크리에이티브 영역이라 경영에 바로 적용할 수 없다는 인식도 한 몫하고 있지요.

일단 CEO가 ‘기업이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자 무기는 디자인’이라는 관점으로 무장했다고 치자. 그다음 CEO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디자인 안목은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디자인에 관심 있고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의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연스럽게 몸가짐이나 패션에 세련된 분위기가 녹아 있고 하는 행동도 뭔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기업이 디자인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요하다. 크리에이티브가 넘치고 표현이 되는 문화, 당장은 결과나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크리에이티브의 토양을 만드는 문화, 전 조직원을 하나로 열광케 만드는 문화 말이다

똑똑한 CEO는 설사 본인이 디자인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시대의 조류를 느끼며 공부를 한다. 잘 모르면 부하직원에게라도 묻고 디자인으로 성공한 기업들에게 이야기도 듣는다.

앞으로 디자인이 기업이 이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필살기이자 최후의 전략이라는 것에 나도 내 모든 것을 걸고 이야기할 수 있다. 똑똑한 CEO와 무식한 CEO의 현격한 차이, 무식한 CEO가 다른 것은 다 흉내 내도 디자인 경영에 대한 안목과 이해는 쉽게 따라 하기 어렵다. 현재와 미래의 사업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 디자인이 끊임없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마케팅과 디자인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장중호 님의 책 「나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 머리글 일부를 옮겨 적었습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디자인을 ‘기업이 이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필살기이자 최후의 전략’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경영을 직접 실천하고 있고 이를 소개하는 책의 머리말을 쓰면서도 디자인이 어렵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자인이든 경영이든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일은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저자의 기준이 높아서 들어간 겸손의 표현일 것입니다.

나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

하지만, 저는 기업이 디자인을 경영에 도입하기 위해 문화·디자인에 대한 수준 높은 안목을 가진 CEO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디자인 업무는 대체로 적절한 측정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것일 뿐, 결과나 성과를 확인할 수 없는 종류의 일도 아니고요. CEO가 디자인 역사나 타이포그래피 이론과 같은 디자인 지식을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 해도 이를 경영에 올바로 연결하지 못하면, 모든 디자인 업무가 시간과 예산 낭비로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기업의 디자인 요소를 상품·기업·접점으로 분리해 바라보는 관점은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비즈니스와 디자인을 연결하는 일은, 과거에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디자인 업무가 상품·기업·접점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 구분하고, 각각의 업무가 성과 목표를 가졌는지, 성과를 확인할 지표가 정해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문제 파악을 위한 체크리스트 만들기

상품·기업·접점 디자인 업무를 정리하고 나서 각 항목에 대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해보면, 현재 디자인 요소가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 상품 디자인
이미 소개한 바와 같이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는 상품입니다. 상품의 기능·가격·서비스 측면에서 어떤 강점을 가졌는지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파악하고 경영 목표에 맞춰 디자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기능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해 상품이 어떤 경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전략을 수립합니다.

시장 형성기
진단 : ‘다음 파도’의 등장
• 전에 없던 고유한 기능 전달에 충실한 디자인설계인가?
• 더 많은 사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격을 고려한 디자인설계 인가?

시장 확대기
진단 : 다양한 상품 등장에 따른 시장 확대
• 시장을 장악할 히트상품 디자인기능, 가격,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는가?
• 차별화 포인트가 디자인기능, 모양·형태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가?
• 히트 상품 등장에 따른 시장 세분화를 대비한 디자인 전략이 있는가?

시장 성숙기
진단 : 히트 상품 등장 – 특정 상품/브랜드의 시장 장악력 지속
• 디자인 전략을 바탕으로 히트상품에 도전하는가?
• 세분된 타겟 소비자에 맞춘 디자인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가?

시장 쇠퇴기
진단 : 디자인모양, 형태이 상품의 선택 기준으로 받아들여 짐. 디자인의 기능화
• 디자인이 타겟 사용자의 취향과 선호를 반영하고 있는가?


관련 포스트 :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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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품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설계프로세스를 가졌는지 검토합니다. 소재, 공법 단순화와 같은 원가 절감 방법이 디자인설계단계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지, 수준 높은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원가 대비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판단합니다.

•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디자인설계이 기획 단계에서 고려되고 있는가?
• 디자인 개선으로 공정을 줄이고 표준화된 공정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는가?
• 기능을 유지하고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소재를 적용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는가?
• 디자인모양, 형태이 원가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관련 포스트 :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05

서비스
정보사회 진입과 함께 서비스가 제품의 가치를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서비스 디자인설계은 차별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접점 효율을 높이는 등 상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상품 디자인에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서비스 디자인설계으로 상품 가치를 높일 방법을 탐구하고 있는가?
• 사용자 경험을 긍정적으로 개선하는 서비스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는가?
• 상품과 접점 디자인의 요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IT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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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디자인
상품을 창조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기업의 비전이 C.I/ B.I를 통해 사용자와 임직원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C.I 또는 B.I 중심의 디자인 전략 중 어느 쪽이 적합한지 판단합니다.

• 기업/상품이 전달하는 가치가 C.I/ B.I를 통해 사용자와 임직원에게 전달되고 있는가?
• C.I 또는 B.I 중심의 디자인 전략을 채택하고 실천 중인가?
• C.I/ B.I가 쌓아 올린 신뢰가 사용자의 상품 선택을 도와주고 있는가?
• 기업/상품에 대한 신뢰를 지표 정해 수시로 확인하고 있는가?
• 사용자가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모든 경험에 기업의 비전과 태도가 담겨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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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점 디자인
좋은 접점 디자인은 좋은 마케팅입니다. 발견부터 충성에 이를 때까지 사용자를 유도하고 전환하는 흐름을 만들고 각 단계의 전환율을 높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사용자가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로 연결되는 모든 온/오프라인 채널을 확인하고 접점의 흐름을 파악한 다음, 각 단계의 디자인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 전환율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합니다. 효과적인 방법에 집중 투자하고 효율이 개선되지 않는 접점을 줄여 관리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 Good marketing = Unique Value 관련 링크
• 각각의 접점이 확실한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 전환율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정해져 있는가?
• 디자인 변경으로 전환율이 개선 되는지 확인하고 있는가?
• 더 효과적인 접점 흐름을 만드는 새로운 매체를 도입하고 있는가?

관련 포스트 :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08

이 같은 파악 업무는 기업의 업무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는 담당자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현황 파악을 통해 찾아낸 문제점 중에서 중요도가 높은 문제를 선정하는 일입니다. 우선 상품 판매의 책임자(PMProject Manager)와 디자이너가 현업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제외함으로써 문제를 걸러냅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경영 문제와 마찬가지로, 경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부터 우선순위를 정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면 되겠지요.

다음 부터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방법론과 아이디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포스팅 요약

비즈니스와 디자인 연결하기
기업의 모든 디자인 업무를 상품·기업·접점 으로 나누어 구분할 것
디자인 요소에 맞춰 질문해보기
기업의 디자인 문제 파악 – 체크리스트 작성
경영 관점에서 우선 순위 선정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6

상품의 디자인 요소 — 서비스

기업의 디자인 요소인 상품, 기업, 접점 중 상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세 가지 상품 디자인 요소 중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살펴보겠습니다.

서비스는 고객 센터, A/S 등 상품이 전달하는 가치가 유지·보존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 상품이 물리적인 형태를 갖춘 제품이던 과거에는 ‘서비스’와 제품을 구별해서 다루기도 했으나,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제품의 기능과 서비스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입니다. 제품이 상품의 기능을 대부분 담고 있다해도 서비스가 상품 선택을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식이지요. 리퍼폰으로 교체해주는 A/S 정책 때문에 아이폰 전환을 꺼리는 갤럭시 사용자의 사례는 제품과 서비스를 똑같이 중시하는 사용자 인식을 잘 보여줍니다.

정보사회에 접어들어 빠르게 발전한 IT 산업은 세상 거의 모든 상품의 서비스를 전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서비스 채널을 열어놓을 수 있게 되었고,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시간·장소·개인에 대응한 맞춤 서비스가 가능해졌지요.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IT 기업은 사용자에게 재화 대신 정보와 연결을 대가로 기능을 제공하고, IT 기업의 방법론에 영향을 받아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이 발전하면서 서비스는 사용자와 상품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서비스의 설계디자인가 상품의 가치를 바꾸어 놓는 시대로 진입한 것이지요.

다음 사례들은 이러한 시대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샤오미小米

샤오미 Mi Home 앱

샤오미는 자사의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OS를 사용하고 있지만 C/S 채널과 사용자 커뮤니티를 OS 차원에 도입하는 등 전체적인 설계를 교체했습니다. 스팩 대비 최저가에 가까운 하드웨어 가격은 직접 운영하는 콘텐츠 마켓플레이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보전하지요. 대신 OS 단에서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고 피드백을 일주일 단위로 서비스 개선에 적용하는 등 서비스 차별화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세계 5위 안에 드는 스마트폰 메이커로 성장했습니다.

샤오미는 백색가전에서도 남다른 서비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직접 운영하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사전 판매 방식으로 신상품을 출시해 초기 생산 리스크를 낮추고 입소문 마케팅 효과도 얻고 있습니다. 기존 가전제품처럼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지만, 통합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편리한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접근도 남다릅니다. 사용자는 앱을 설치하고 와이파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샤오미에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또한, 통합 앱에는 사오미의 전 제품 카타로그와 구매 링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샤오미는 거의 모든 사용자와 마케팅 및 판매 채널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샤오미는 이 같은 서비스 전략을 기반으로 마케팅 비용, C/S 채널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타사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서비스가 상품의 가격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테슬라 Tesl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배터리용량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75D모델 (현재 모델은 배터리 용량에 차이가 없음)

테슬라 역시 서비스 설계디자인을 통해 상품을 새롭게 정의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는 동일 모델 안에서 배기량, 연료, 편의 장치 등 하드웨어가 서로 다른 차를 만들어 판매해 왔습니다. 그러나 테슬라는 완전히 똑같은 종류의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따라 성능이 바뀌는 방식으로 자동차를 판매합니다.

소프트웨어로 판매하는 대표적인 부가 기능이 바로 자율주행입니다. 처음부터 자율주행 기능이 포함된 모델을 구매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구매해 언제든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배터리 저장 용량 마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살 수 있도록 설계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배터리 용량이 다른 경우 차 뒤에 붙는 모델명 또한 다른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배터리 용량을 구매하면 나중에 서비스 센터에서 모델명 글자판을 교체해주는 식입니다. 상품자동차을 만들 때, 서비스 설계디자인 덕분에 효율적인 단일 제조 공정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보쉬Bosch

독일 보쉬는 판매하는 중장비에 IoT를 결합해 기계 상태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합니다. 만약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고객이 요청하지 않아도 장비를 수리할 수 있습니다. 중장비 자체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건설 현장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IT 혁신에서 비롯된 이 같은 변화는 기존 서비스 개념을 넘어서 서비스 요소가 상품의 기능을 확장하고 가격 정책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인이 주목받는 것 역시 서비스의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상품의 디자인 요소 — 정리

모두 4회에 걸쳐 가장 중요한 기업의 디자인 요소인 상품을 다시 세가지 요소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세가지 요소와 디자인의 관계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능과 디자인
상품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디자인이 기능을 다루는 전략이 바뀌어야 함

탄생기 — 상품의 핵심 기능에 따르는 디자인설계, 모양, 형태
성장기 — 상품의 全形(최고의 기능, 가격, 서비스 만족 디자인 = 히트상품 디자인) 추구.
— 혹은, 히트상품 등장에도 흔들림 없는 확고한 포지션 확보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3

성숙기 — 디자인모양, 형태의 기능化, 핵심 사용자층의 정체성과 취향이 반영된 디자인 추구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4

가격과 디자인
디자인설계으로 경쟁력있는 가격을 만들거나,
가격을 뛰어넘는 디자인모양, 형태을 제공하거나.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5

서비스와 디자인
서비스 설계디자인로 상품의 기능 확장
서비스 설계디자인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조
서비스 설계 = 새로운 가치 디자인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6

다음 포스팅에선 기업의 디자인요소 중 두 번째, 기업과 브랜딩을 설명하겠습니다.

포스팅 요약
서비스가 상품의 새로운 가치 창조를 주도한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4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 성숙
상품 全形을 제시하는 히트상품의 등장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iPhone 6s(6)와 갤럭시 S7 (출처)

시장이 성숙기로 진입하면서 기능·가격·서비스의 모든 면에서 가장 가치 높은 히트상품이 등장합니다. 또는 진정한 히트상품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게 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히트상품은 사용자에게 선택의 기준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고유한 디자인/브랜드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품은 히트상품에 사용자를 빼앗기게 되지요.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에 상품 디자인 전략이 중요하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시장을 장악하는 히트상품이 되던가,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고유한 디자인/브랜드를 확보해 기반을 다져야 하는 것이죠. 히트상품의 등장 이후에도 새로운 스팩은 계속 추가되겠지만, 사용자들도 이 상품을 충분히 학습한 상태이므로 이전만큼 새로운 스팩을 상품의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게 됩니다.

히트상품으로 인한 디자인 세분화

히트상품의 등장은 시장 세분화를 유도합니다. 높은 점유율을 가진 상품은 히트상품과 경쟁하겠지만, 나머지 상품들은 자기만의 소비자층을 찾아 시장을 나누고 그 안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을 선택하지요. 성장기에 스팩 중심으로 전개했던 마케팅 또한 방향을 전환해 타겟 소비자 맞춤형으로 변화합니다. 

상품 역시 영향을 받아 디자인취향, 스타일을 기능으로 취급하면서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려대상이 되지요.

히트상품의 기능, 가격, 서비스를 기준으로 사용자의 정체성에 맞는 상품이 만들어집니다. 히트상품의 핵심 타겟보다 소비수준이 높은 사용자를 겨냥한 상품에 적합한 디자인모양, 형태이 있고, 히트상품보다 가격이 낮은 상품이라면 몇몇 기능이 부족하더라도 타겟 사용자가 선택할 디자인모양, 형태을 제공해야 선택받을 수 있겠지요. 소비층의 취향과 스타일을 디자인모양, 형태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디자인모양, 형태이 ‘기능’으로 디자인설계되는 것이죠.

성숙한 시장에서는 상품 개발을 위해 타겟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트렌드를 분석하고 경쟁 상품의 디자인 전략도 참고하는 등 본격적으로 디자인이 주도하는 경쟁이 전개됩니다.

2015년 가격대별 최고의 시계 브랜드 (Primer 매거진)

디자인으로 세분된 대표적인 상품은 패션 아이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타겟에 맞춰 폭넓은 가격 구성과 함께 수많은 디자인모양, 형태이 공존하는데, 디자인모양, 형태이 곧 기능인 상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디자인으로 히트상품에 도전하는 경쟁자들

아이폰 산자이山寨 상품(우리말로는 짝퉁이라고 하지요.)으로 출발한 샤오미가 세계적인 디자이너 필립스탁philippe starck과 함께 새로운 스마트폰을 개발해 발표했습니다.

Mi Mix 제품발표회

Mi Mix 제품발표회

샤오미 Mi Mix 사이트
필립스탁 웹사이트
Arstecnica Mi Mix 리뷰

샤오미가 중국 브랜드 화웨이, 오포에도 점유율이 밀리고 있던 시점에 디자인의 차별화로 새로운 경쟁에 접어든 것이죠. 스마트폰 시장의 성숙과 함께 디자인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샤오미는 초기에 경쟁상품의 디자인모양, 형태을 모방했지만, 기능과 가격 그리고 차별화된 서비스주1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특색 없는 디자인모양, 형태으로 일관하다 자기만의 디자인을 찾기로 한 것인지, 단기적인 전략을 선택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애플, 삼성의 히트상품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주1)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MiOS라는 변형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합니다. OS 차원에서 사용자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매주 반영한 업데이트를 제공한 사례는 대표적인 마케팅 성공사례로 화자 되고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의 산자이山寨 상품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서비스로 극복한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샤오미는 백색가전에도 이러한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서비스’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시장 성장과 디자인 전략의 변화

혁신 상품이 탄생하고 시장이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에서, 상품은 기능 중심에서 스팩 중심으로 그리고 타겟의 취향과 선호에 맞춘 디자인으로 전략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상품이 이런 과정을 밟아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개인용 전자제품만 보아도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겪은 시장의 변화를 Mp3 플레이어와 스마트폰이 동일하게 겪는 중입니다. 제품이 아닌 서비스 상품을 보아도 마찬가지죠. 포털 웹사이트, 이메일 서비스, SNS 역시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품이 속한 시장이 어떤 단계인지를 파악하고 적합한 디자인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혁신 상품이 등장하고 시장 세분화가 이루어지기까지 발전 과정 속에서 상품의 기능이 디자인과 어떤 관계를 가지며, 디자인이 어떻게 기능으로 다루어지게 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나머지 상품의 디자인 요소인 가격과 서비스를 살펴보겠습니다.

포스팅 요약

기능
히트상품 등장으로 시장세분화가 이루어지고 디자인 경쟁이 시작된다.
상품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디자인 전략이 필요함

상품 라이프사이클과 디자인
성숙기 — 타겟별 시장 세분화와 디자인의 기능화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3

상품 디자인의 요소 — 기능

기능은 상품의 디자인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기능을 중심으로 상품이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기능은 상품기획의 첫 단계이고 핵심 경쟁력은 언제나 기능으로부터 나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능은 스팩specification과 다릅니다. 자동차의 엔진이 몇 마력인지 어떤 방식인지는 스팩에 해당하지만, ‘개인화된 이동 수단’이라는 자동차의 핵심 기능은 엔진 대신 모터를 사용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내연기관을 사용한 자동차와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플랫폼 비교.

테슬라의 자동차는 엔진 대신 모터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자동차 대비 1/100분의 부품만으로 온전한 개인 이동 수단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핵심 기능은 바뀌지 않았죠.
사람들은 1/4인치 드릴을 원치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1/4인치 깊이의 구멍이다. 시어도어 레빗

하버드 경영 대학의 시어도어 레빗Theodore Levitt은 상품의 기능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jobs to be done이라는 관점framework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벽에 구멍이 필요한 사용자의 진짜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드릴은 언젠가 탄생할 다음 세대의 상품으로 인해 완전히 대체될 수 있습니다. 가이 카와사키는 ‘스티브 잡스에게 배운 10가지 교훈’에서 냉장고의 사례를 들어 상품의 기능과 스팩의 다른 점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얼음 1.0은 얼음을 채취하던 사업이었어요.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한겨울에 얼어붙은 호수나 강에서 말에 톱을 달고 얼음덩어리를 잘라 냈죠.
30년쯤 지나서 얼음 2.0의 시대가 왔어요. 얼음 공장은 계절에 상관없이 얼음을 생산했어요. 지역도 상관없어졌죠. 할렐루야~ 겨울도 필요 없고 추운 날씨도 필요 없어요. 호놀룰루, 싱가포르, 상파울루… 삶이 훨씬 나아졌습니다.
얼음 3.0의 시대. 이제 냉장고가 얼음을 만들기 시작했죠. 인부가 트럭에 얼음을 실어나르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얼음 공장이 생긴 거에요. 이건 PC라고 합니다. Personal Chiller죠. 이 사례의 훌륭한 점은 얼음 채취나 얼음 공장 사업체 중에 냉장고 비즈니스를 시작한 곳이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냉장고 회사 중에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변화한 기업도 없지요.
전부 ‘이번 파도’ 안에서 태어나고 사라졌어요. 현재의 ‘업’을 바탕으로 자신을 규정했지, 제공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생각하지 않았지요. 얼음 채취, 얼음 공장, 냉장고 모두 ‘편리함과 온도를 낮추는 것’이라는 똑같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더 쉽고 빠르게 벽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면 지금의 핸드 드릴이 더는 필요하지 않겠죠.


‘이번 파도’에 속하는 전동 드릴
‘다음 파도’가 될 라이트세이버 (?)

디자인 격언 중 가장 유명한 한 마디가 있다면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follows Function.’ 일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form은 형태 즉, 디자인과 의미상 연결되고 function은 기능 또는 job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기능function, job이 상품의 디자인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살펴보는데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이 탄생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그 시장이 성장하고 성숙해 나가는 과정 전체를 훑어보면 결과적으로 디자인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아이디어 — 개발기 — 도입기 — 성장기 — 성숙기 — 쇠퇴기

상품이 세상에 등장하기 이전인 아이디어, 개발기를 제외하면 상품은 도입 – 성장 – 성숙 – 쇠퇴의 4단계 라이프사이클을 가집니다. 성숙기에 새로운 상품이 등장해 시장을 더욱 확대하면서 성장과 성숙을 이어가기도 하지요.

이를테면 2016년 현재, 스마트폰의 라이프사이클은 1~2년 주기로 새로운 상품이 등장해 시장을 더욱 확대하는 성장+성숙기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하겠습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 탄생
시장을 개척하는 혁신 상품 등장

새로운 카테고리의 상품이 처음 등장할 때는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주1 독보적인 기능으로 전에 없던 가치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면 디자인모양, 형태이 좀 부족해 보여도 잘 팔립니다. 디자인모양, 형태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기능을 위해 선택한 모양과 형태라는 것이지요. 이는 상품 디자인의 두 번째 요소 ‘가격’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새로운 상품인 만큼 본격적인 대량생산에 진입하지 못해 생산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전략적으로 ‘기능을 통한 가치 전달’에 적합한 모양과 형태를 선택함으로써 사용자가 수용하기 충분한 가격을 디자인한 것입니다.


1세대 자동차
1세대 냉장고
1세대 세탁기

발명 후 지금까지 근본적인 기능이 바뀌지 않은 대표적인 상품들입니다. 상품의 디자인모양, 형태이 기능에 맞추어 최소화되어있다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 바퀴나 냉장고 문, 세탁기 회전 통과 같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부분도 보이고요. 현대의 제품과 비교해보면 기능을 만드는 핵심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암체어. 1960~1970년대
B33. MARCEL BREUER 1930년대

 주1
이러한 디자인 방법론은 모던 디자인 이후에 구축된 것입니다.
산업화 이전의 제품은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공예 장인들이 왕과 귀족 같은 상위 계층을 위해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근대 디자인은 대량생산을 통해 더 많은 사용자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기능을 중심으로 이전과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했습니다. 스타일 관점으로 디자인을 말할 때 ‘모던 디자인’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아직 모던 디자인 시대에 속해 있습니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 — 성장
차별화로 경쟁하는 성장기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고 전체 시장 규모가 잡히면 후속 주자들이 앞다투어 새로운 상품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때는 상품 디자인 전략이 매우 중요한 순간입니다. 선발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후발주자들은 스팩과 외형 중심의 경쟁을 전개해 나갑니다. 더 저렴한 상품이 등장하고, 부가적인 스팩이 늘어나고, 모양과 형태로 차별화를 꾀하는 수많은 상품이 역동적으로 시장을 키워나갑니다. 별의별 디자인모양, 형태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소니의 워크맨은 휴대할 수 있는 개인화된 가전기기를 대중화한 최초의 상품이었습니다.

소니 워크맨의 성공으로 포터블 스테레오 시장이 열린 후 수많은 가전 기업이 새로운 스팩과 외형의 상품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소니 또한 조금 다른 스팩과 외형의 워크맨 유사품을 만들어 시장을 키우는데 동참했지요.

소니 워크맨. 1979. 아키오 모리타盛田昭夫, 마사루 이부카井深大, 코조 오노네大曽根幸三

성장기가 디자인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유는 디자인을 통해 유의미한 브랜드로 정착하지 못하는 상품은 시장의 성숙과 함께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를 잃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시장 성장기의 디자인 전략은 상품의 고유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과 디자인을 찾아내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의 표준을 새로 정의할 ‘다음 파도’가 왔을 때 말 그대로 파도에 휩쓸려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퍼스널 스테레오의 ‘다음 파도’ iPod

*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테이프 레코더를 처음 발명한 것은 독일의 발명가 안드레 파벨Andreas Pavel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스테레오 벨트는 상품화에 실패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제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는 아주 많습니다. 같은 포터블 스테레오 제품인 mp3플레이어 역시 똑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알려진대로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는 한국 세한정보통신이 개발한 MPman이었습니다. MPman은 ‘다음 파도’ 아이리버iriver에 휩쓸려 사라졌고, 아이리버는 애플의 ‘다음 파도’ iPod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포스팅 요약

기능
상품의 기능은 상품의 가치를 정의한다.
기능은 스팩이 아니다

상품 라이프사이클과 디자인
도입기 — ‘기능’을 위한 ‘부족해 보이는 디자인’의 선택
성장기 — 스팩과 외형 중심의 시장 확대. ‘다음 파도’에 살아남을 브랜드 만들기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2

기업의 디자인 요소

기업 활동과 관련된 디자인 요소가 무엇인지 하나씩 확인해보겠습니다.   

기업이 다루는 디자인 요소는 중요한 순서대로 ‘상품’ ‘기업’ ‘접점’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업의 디자인 활동은 ‘상품 디자인’ ‘기업 디자인’ ‘접점 디자인’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품을 제공하는 주체인 기업이 있고,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이 있고, 상품이 고객과 만나는 수많은 접점이 있습니다. 기업은 이 세 가지 층위에서 디자인 활동을 전개합니다.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우선 기업이 존재하고, 상품을 만들고, 다양한 접점으로 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니까 기업, 상품, 접점의 순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요소라는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상품부터 상품 – 기업 – 접점의 순서로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상품

상품은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포함한 모든 것’으로 정의됩니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물리적인 형태를 띤 ‘제품’이거나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서비스’가 바로 상품이죠. ‘제품+서비스’ 방식의 상품 역시 존재합니다.

아직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지 않은 기업은 존재할 수 있지만, 상품 없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은 있을 수 없습니다. 고객이 기업을 직접 만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고객을 만나지 않은 상품은 의미가 없겠지요. 상품은 고객으로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디자인 관점에서는 상품이 가지는 의미가 가장 크다 하겠습니다.

상품은 ‘기능’ ‘가격’ ‘서비스’라는 세 가지 디자인 요소로 더 작게 나눌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제공할 수 없었던 기능을 포함하거나, 가격 경쟁력을 높이거나, 부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을 상품에 반영하는 것이 상품 디자인의 핵심이지요.

‘기능’ ‘가격’ ‘서비스’라는 세 가지는 포인트는 다음 포스팅에서 몇 차례에 걸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기업

기업은 상품을 창조하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주체입니다. 법에서는 사업자를 경제활동의 주체로 바라보지만, 디자인에서는 기업을 디자인의 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C.I. corporate identity 디자인 또는 B.I. Brand identity 디자인이 기업이라는 요소를 전문으로 다루는 디자인분야입니다.

비전과 미션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기업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보이고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디자인이 바로 C.I. 또는 B.I. 디자인입니다. 로고, 심볼, 명함, 현판, 기업 웹사이트부터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에 활용되는 각종 문서, PPT, 보도자료에 이르기까지…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아이템이 모두 기업 디자인에 포합됩니다.

C.I.와 B.I.
하나의 기업이 여러 브랜드를 자산으로 가진 경우가 있기에 C.I.를 더 상위 개념으로 보기도 하지만, 고객 관점을 중심으로 기업활동을 전개하면서 ‘기업 브랜드’가 중심이 되는 B.I.를 더 큰 개념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기업’을 디자인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같은 것으로 이해해도 괜찮습니다.

접점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이 기업 디자인의 마지막 대상입니다.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에 들어가는 인테리어, 사인, 매대, 영수증과 온라인 웹사이트, 홈페이지 등… 상품이 제품인 경우 이를 유통하는 쇼핑몰, SNS, 모바일 광고나 전통적인 홍보 전단지와 안내 책자 등이 모두 접점에 포함됩니다. 더 많은 고객과 상품을 연결하는 홍보·광고 매체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채널도 접점이고, 상품을 통해 전달된 가치를 유지하게 도와주는 고객 센터와 같은 부가 서비스도 접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품이 하나뿐이어도 접점이 여러 개 일 수 있고, 상품이 다양해도 접점이 하나일 수 있습니다. 하나의 상품을 100개의 매장에서 판매한다면 100개의 접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1,000개의 상품을 하나의 온라인 샵에서 판매하면서 SNS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접점이 단 두개인 것이죠.

접점은 시즌, 이벤트, 신제품 출시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디자인 요소입니다. 절대다수의 디자이너가 접점의 영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고객과 만나기 위해 더 많은 접점을 운영하게 되면 전체를 통합 관리할 필요가 생겨납니다. 다양한 접점을 통해 발신되는 메시지에 디자인(모양, 형태)의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은 C.I. / B.I.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각각의 접점 자체를 직접 운영하지 않기에 접점 자체를 디자인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기업 P&G는 브랜드 별로 독자적인 B.I. 전략을 구사합니다.

상품으로서의 서비스와 접점으로서의 서비스

위에서 상품은 다시 ‘기능’ ‘가격’ ‘서비스’로 나누어진다고 언급했는데,  ‘접점’을 설명할 때도 서비스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상품으로서의 서비스’와 ‘접점의 일부인 서비스’는 다음과 같이 구별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가 상품인 경우는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가 서비스(상품)로 구현되는 경우입니다. 서비스가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만드는 본질적인 인 경우엔 서비스=상품이 되겠지요.
반면 ‘접점’에 속하는 서비스는 상품을 통해 전달된 가치가 유지·보존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부가적인 고객 지원 활동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서비스(고객 지원 활동)라 하더라도 애초에 상품(서비스)이 전달한 가치가 전제되어야 하며 독립적으로 비즈니스를 일으킬 수 없는 경우에는 서비스=접점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정보사회의 발전과 함께 차츰 경계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연재 내내 반복해 다룰 중요한 주제입니다.

상품의 디자인 요소 — 기능·가격·서비스

가장 중요한 기업의 디자인 요소인 상품은, 다시 세 가지 요소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바로 기능, 가격, 서비스가 그것인데요. 이 세 가지 요소는 곧 상품의 경쟁력을 결정 짖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고객 감동을 최고의 가치로 어쩌고저쩌고하는 기업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지요? 네 아주 많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생각나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웹사이트에 가면 어딘가에 분명히 쓰여 있는 표현이에요.


어딘가 분명히 쓰여 있음.jpg

제가 다녔던 한샘 역시 그러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기능, 가격,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여 고객 감동을 구현’하라고 교육하지요. ‘고객 감동’이란 일상생활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기업 용어라 조금 어색하긴 합니다. 하지만 꽤 적절하게 목표를 제시하는 표현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기능, 가격, 서비스라는 세 가지 상품의 경쟁력이 높은 수준에 도달해 고객에게 감동을 전달하자는 지향점을 임직원에게 제시하는 것이니까요.

이 중 하나만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세 가지 요소를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진정한 기념비적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교육합니다. 실제 사례를 찾아보아도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적인 상품들이 처음 등장할 때부터 그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거든요.

다음 포스팅부터는 기능, 가격, 서비스와 디자인의 관계를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상품이 탄생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시장이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 전체를 훑어보면 숨어있던 디자인 전략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포스팅 요약

  • 기업의 디자인 요소는 세 가지.
    1. 상품 :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가치를 담은 모든 것
    2. 기업 : 기업의 정체성을 보이고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모든 것
    3. 접점 : 상품이 고객과 만나는 모든 채널, 모든 접점

관련 도서

배달의 민족 서비스(상품)을 제공하는 기업 우아한 형제들의 사례를 통해 기업 브랜드 전략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기업의 ‘자기 다움’을 브랜드로 해석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IT 서비스 기업이 어떻게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는지 인터뷰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 이미지를 누르면 북스톤 블로그로 이동합니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1

CEO가 알아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어떤 기업이든 CEO는 한정된 자원을 투입해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 가장 중요한 사안을 찾아 집중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지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면 업무를 전담할 임직원이 없어 CEO가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의 종류도 많고 알아야 할 지식도 많습니다. 상품개발에 모든 업무시간을 투입해도 부족한데 그 와중에 사람도 뽑아야 하고 비전과 가치도 공유해야 하고 세무회계도 처리해야 하죠. 회계만 보더라도 재무제표 부터 결산까지 들여봐야만 할 문제들이 넘칩니다. HR, 회계와 같이 복잡한 경영 업무를 전담할 담당자가 있다 해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개념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HR, 회계, 세무와 같이 모든 기업 경영에 공통적인 부분을 다루는 많은 입문서와 지침이 있으며, 외부조달이 가능한 컨설팅 서비스도 존재합니다. 디자인은 어떨까요? 경영의 관점에서 CEO를 위한 디자인 안내서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 서적은 대부분 디자인 전공자 또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쓰였습니다.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해 회계의 탄생과 역사를 세세하게 외울 필요가 없는 것처럼, CEO에게는 어떤 폰트가 더 나은지, UI의 최신 기술이 무엇인지, 더 고급스러운 색상이 무엇인지보다는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 전략적인 판단에 적용할 디자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경영과 디자인을 어떻게 연결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CEO를 위해 준비한 연재 글입니다. UX 디자인이 무엇인지 타이포그래피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기업이 마주한 과제와 현재의 경쟁 속에서 어떻게 디자인 전략을 펴야하는지, 현재의 문제와 미래의 성장을 위해 어떻게 디자인하는 것이 좋은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경영이 사업기획서가 아니듯, 디자인은 모양이나 형태가 아니다

디자인이 뭘까요? 감이 잘 안 잡히고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디자인을 전공하고 십 년 넘게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해왔지만, 저 역시 누군가 ‘디자인’을 말할 때마다 과연 어떤 의미로 사용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저와 상대방이 서로 다른 의미로 ‘디자인’을 말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비단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의 사이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와 이야기 중에도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분명한 이유가 있더군요. 너무 단순한 이유이기도 했고요. 바로 상황에 맞게 ‘Design’을 번역해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때그때 맥락에 맞게 번역하거나 추가 설명이 필요한데 그냥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상대방이 이해하리라 생각해왔던 것이죠.

「로고와 이쑤시개」라는 책에서는 ‘디자인’의 여러 가지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하나의 문장에 구겨 넣었습니다. 


Design is to design a design to produce a design.

①디자인은 ②디자인을 ③디자인하기 위해 ④디자인을 만드는 것이다.


디자인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됨을 한 문장으로 보여준 것이죠. 물론 사전을 찾아보면 몇 가지 의미가 더 나오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의미는 모두 이 한 문장에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고와 이쑤시개」는 홍콩폴리텍대학의 존 해스캣 John Heskett 교수가 쓴 것으로 국내에도 번역판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세미콜론 2005

제일 앞에 있는 ①‘디자인’은 이 문장의 나머지 부분이 설명하려는 일반적인 의미·개념으로서의 디자인을 지칭하는 명사입니다.

두 번째 ②‘디자인’은 명사로 완성된 결과물의 모양과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고요. 사용자 관점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거의 이 두번째 의미로 쓰인다고 보아도 되겠습니다.

세 번째 ③‘디자인’은 동사로 설계하는 행위, 개발 또는 계획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 ④‘디자인’ 역시 명사인데 ‘시안’이나 ‘설계’ 등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즉, 최종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밑그림’이나 ‘계획안’이지요. 세계적인 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페어의 어떤 전시 부스에서 누군가가 ‘디자인’을 말할 때는 자사의 신상품 또는 새로 개발한 프로토타입을 의미할 가능성이 큽니다.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디자인’을 적절한 번역과 설명 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게 들립니다. 디자인 에이전시의 회의실에서라면 개발 중인 시안을 의미할 수도 있고 최종 결과물의 모양이나 형태를 말할 수도 있지요. 결국, 상황에 맞춰 ‘디자인’이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필요한 경우 ‘디자인’ 바로 뒤에 해당하는 의미를 작은 글씨로 표기하겠습니다.

디자인은 회계나 서비스와 같은 지속적인 기업 활동이다.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개념)은 이 모두를 포함하지만 어느 한 가지 의미에 집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기업 활동으로서의 디자인(개념)은 소비자가 바라보는 디자인(개념)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 차원에서 디자인(결과, 모양, 형태)을 판단하는 것은 기업이 디자인(개념)을 이해하는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가 건강과 환경 같은 이유로 상품의 제조 정보를 필요로 하지만, 기업이 원가나 유통과 같이 관리의 대상으로 제조 정보를 다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죠.

경영 관점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회계나 서비스와 같은 지속적인 기업 활동의 일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CEO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 혹은 서비스의 일부로 디자인을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업의 디자인 요소’를 설명할 때 예제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을 ‘설계’로 번역해서 사용하고, 상황에 따라 ‘시안’이나 ‘모양’ ‘형태’ 등으로 번역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영어의 ‘디자인’을 전부 ‘設計설계’로 표기합니다. 만약 중국인이 設計Shèjì라고 한다면 ‘design’으로 직역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디자인’을 ‘설계’로 번역하는 습관은 중국 시장도 대비도 겸하고,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디자인 = 모양 / 형태 / 완성된 상품의 스타일’ 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인거죠.

다음 포스팅 부터는 기업이 디자인 하는 대상, 즉 ‘기업의 디자인 요소’ 를 하나씩 짚어보면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포스팅 요약

  • 디자인은 그때그때 의미가 다르다.
  • 디자인은 회계나 서비스와 같은 지속적인 기업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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