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8

기업의 디자인요소 — 접점

지난 포스팅까지 기업의 디자인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상품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기업의 디자인 요소 중 마지막으로 ‘접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접점 디자인 = 마케팅

마케팅 이론에서는 사용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까지 단계를 깔때기 모형으로 설명합니다.

깔때기 모형
출처 : LG CNS 블로그

구매 과정을 깔때기에 비유하는 이유는 사용자들이 각 단계에서 걸러지기 때문입니다. 광고를 본 모든 이들이 제품에 흥미를 갖는 것은 아니고, 제품에 흥미를 느낀 모든 이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지요. 상품을 처음 인지하는 발견 단계에서 반복해서 상품을 구매하는 충성 단계까지 단계가 진행될수록 사용자가 걸러지게 됩니다.

접점은 상품을 발견하고 취득·구매하는 단계까지 사용자와 상품(또는 상품 정보)이 만나는 포인트를 말합니다. 기업은 상품마다 깔때기 모형의 각 단계에 해당하는 여러 접점을 관리/운영합니다. 기계적으로 단계마다 1:1로 대응하는 접점을 운영하는 경우는 없지만, 모든 접점은 깔때기의 다음 단계로 사용자를 유도해 결국 구매/재구매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므로 발견에서 관심으로, 관심에서 결제로 사용자를 유도하는 사용자 전환율이 접점의 관리 지표가 됩니다.

잠재 사용자는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상품/상품 정보와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전환율을 관리할 수 있는 것만을 접점으로 취급합니다. 반대로 이전까지 측정하지 못한 채 유지해온 점접이 있다면 전환율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상품이 하나라도 수십 개의 접점이 있을 수 있고, 수십 개의 상품이 한두 개의 접점만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상품 하나를 100개의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면 100개의 접점이 있는 것이고, 1000개의 상품을 하나의 온라인숍에서 판매하고 오직 하나의 SNS에서만 마케팅한다면 두 개의 접점만 있는 것이죠. 물론, 실생활에서 접점이 하나뿐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접점은 특성상 마케팅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사실 훌륭한 마케팅이 좋은 접점 디자인설계, 실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접점 디자인이 곧 마케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마케팅은 브랜딩을 포함하는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쓰입니다.)

접점 혁신 시대

접점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설명하기보다 현재 접점에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주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와 센서가 잔뜩 들어간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접점은 어마어마한 혁신이 일어나는 요소가 되었거든요. 상품 디자인요소 중 서비스를 설명할 때 IT 기술 때문에 서비스 때문에 상품 가치가 높아지고 중요한 차별점이 만들어진다고 지적한 것과 같이 접점도 IT 기술로 인해 크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산업사회 이후 가장 대중적인 광고매체는 소위 ‘4대 매체’라 불리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였습니다. 문자 그대로 대중 매체mass media는 더 많은 잠재 사용자에게 상품 정보를 노출하는 발견 접점으로 기능했습니다. 더 많은 노출 = 더 많은 전환의 기회였기에 어떤 매체가 얼마나 많은 구독자(발행 부수)를 가지고 있는가를 근거로 광고비가 책정되었죠. ‘종합 노출 수’ 기반의 과금체계가 당연히 여겨졌고 실제로 4대 매체는 그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보사회로 전환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4대 매체의 정보 장악력이 현저히 낮아지고 정교한 타겟팅과 전환율 측정이 가능해진 것이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는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상품에 가장 적합한 잠재 사용자에게만 상품 정보를 노출합니다. 2010년에는 구글 광고가 미국 신문 광고 매출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페이스북 광고 매출이 미국 신문광고 매출을 뛰어넘었습니다. 사용자는 4대 매체 보다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 가능한 SNS를 선호하게 되었고, 기업은 구독률보다 정확한 지표를 제시할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한 것이지요.

출처 : Baekdal / Blog

다양한 사용자가 만드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접점 효율(높은 전환율 또는 정확한 타겟팅)을 높이는 기술은 IT 스타트업이 선택하는 인기 있는 창업 아이템입니다. 지난 12월 있었던 스타트업 투자회사의 데모데이는 접점의 효율을 높이거나 자동화하는 등 이같은 트랜드를 잘 보여주는 행사였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하거나 XBRAIN, SNS를 통해 브랜드가 확산되는 데이터를 측정하거나 kloser, 쇼핑몰에 진입한 사용자와 대화를 유도하는 챗봇 Channel,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습관을 분석유저해빗하는 등, 발견부터 구매까지 접점 효율을 높이는 정보 처리 기술에 기반을 둔 서비스입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정보사회를 주도하는 초대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접점 전략

아마존은 지속해서 오프라인 접점을 늘려나가는 중입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아마존과 사용자의 거리를 좁히는 접점을 개발해 가정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대시 버튼

아마존 대시 버튼은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 접점을 상품을 사용하는 현장에 부착할 수 있는 IoT 액세서리 입니다. 생활용품과 소비재가 있는 공간에 구매 접점(카트 담기, 주문하기)을 붙여놓은 것이죠.

아마존 에코, 에코 닷, 탭

대화형 인공지능 IoT 기기 에코 시리즈는 개인 비서 서비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접점 관점에서 보면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음원, TV 프로그램, 영화)와 쇼핑 접점을 거실 한가운데에 심어 놓은 것입니다.  개인 비서 서비스라는 ‘기능’을 내세워 사용자가 아마존의 접점을 집 안에 들여놓도록 만든 것이죠.

아마존 북스토어

서점은 오래전부터 발견 접점 역할을 해왔습니다. 아마존은 이미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 가격 경쟁력과, 온라인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점에서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접점을 탄생시켰습니다.

모든 책은 커버를 볼 수 있게 진열되어 있고 추천을 많이 받은 유용한 독자 리뷰가 바로 아래 부착되어 있습니다. 아마존 온라인 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바코드도 함께 부착되어 있습니다. 구매 시점에 온라인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거든요. 분야와 장르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효과가 입증된 테마에 맞춰 진열하여 사용자가 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제한된 화면을 통해서 접할 수밖에 없던 접점이 서점이라는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에요.

아마존은 지난 12월 계산기와 계산원이 사라진 새로운 방식의 슈퍼마켓인 아마존 고 콘셉트를 발표했습니다. 지금2016년 12월은 아마존 임직원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 중이지만, 콘셉트를 설명하는 동영상 누적 조회 수가 800만을 넘어가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마존 고를 다룬 페이스북 포스팅은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인데, 이는 사용자들이 아마존의 새로운 접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샤오미의 접점 전략

중국은 대다수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처음 시작한 나라인 만큼 O2O나 IoT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앞서 소개한 샤오미의 Hihome 애플리케이션을 접점 관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자로서는 부가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설치한 통합 애플리케이션일 뿐이지만, 샤오미로서는 백색가전을 한 번이라도 구입한 사용자—가장 확실한 타겟—에게 발견, 관심, 구매의 접점을 심어놓은 것입니다.

샤오미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타겟과 연결된 접점을 만들어 마케팅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죠. 샤오미는 모든 상품을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출시하기 때문에,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은 상품의 재고를 관리하는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전 세계 시장 1/3에 가까운 커다란 중국 시장이 있기에 가능했지만, 처음부터 상품과 접점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구체화할 수 없는 전략이라 하겠습니다.

접점의 디자인

높은 접점 효율을 내세운 새로운 접점 솔루션이 계속 등장하고 있기에 기업은 상품과 타겟에 가장 알맞은 접점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지 않고 기본적인 로고/심볼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접점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발전할수록 차별화는 이를 운영하는 당사자에게 주어집니다. 대부분 경쟁자도 나와 같은 도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전환의 흐름과 전환율을 높이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접점의 목적이므로, 접점을 디자인 할 때도 전환의 흐름과 전환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모양, 형태이라 해도 실제로 전환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겠지요.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가는 인테리어, 사인, 매대, 영수증부터 웹사이트, 홈페이지와 제품을 공급·유통하는 쇼핑몰 그리고 SNS, 모바일 광고와 종이로 만드는 홍보 전단이나 안내 책자 등 … 수많은 접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접점이 늘어나면 그만큼 관리할 대상도 많아지지요. 접점이 파편화되면 전환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워집니다. 접점 디자인마케팅은 그때그때 접점에 적용하기 위한 디자인모양, 형태뿐만 아니라, 전환의 흐름을 파악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방법을 설계디자인해야 합니다.

포스팅 요약

기업의 디자인 요소 세번째 — 접점

– 깔때기 모형 = 접점의 흐름
– 접점의 평가 = 전환율
– IT 혁신 때문에 새로운 접점이 탄생함
– 접점 디자인 =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