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8

기업의 디자인요소 — 접점

지난 포스팅까지 기업의 디자인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상품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기업의 디자인 요소 중 마지막으로 ‘접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접점 디자인 = 마케팅

마케팅 이론에서는 사용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까지 단계를 깔때기 모형으로 설명합니다.

깔때기 모형
출처 : LG CNS 블로그

구매 과정을 깔때기에 비유하는 이유는 사용자들이 각 단계에서 걸러지기 때문입니다. 광고를 본 모든 이들이 제품에 흥미를 갖는 것은 아니고, 제품에 흥미를 느낀 모든 이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지요. 상품을 처음 인지하는 발견 단계에서 반복해서 상품을 구매하는 충성 단계까지 단계가 진행될수록 사용자가 걸러지게 됩니다.

접점은 상품을 발견하고 취득·구매하는 단계까지 사용자와 상품(또는 상품 정보)이 만나는 포인트를 말합니다. 기업은 상품마다 깔때기 모형의 각 단계에 해당하는 여러 접점을 관리/운영합니다. 기계적으로 단계마다 1:1로 대응하는 접점을 운영하는 경우는 없지만, 모든 접점은 깔때기의 다음 단계로 사용자를 유도해 결국 구매/재구매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므로 발견에서 관심으로, 관심에서 결제로 사용자를 유도하는 사용자 전환율이 접점의 관리 지표가 됩니다.

잠재 사용자는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상품/상품 정보와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전환율을 관리할 수 있는 것만을 접점으로 취급합니다. 반대로 이전까지 측정하지 못한 채 유지해온 점접이 있다면 전환율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상품이 하나라도 수십 개의 접점이 있을 수 있고, 수십 개의 상품이 한두 개의 접점만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상품 하나를 100개의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면 100개의 접점이 있는 것이고, 1000개의 상품을 하나의 온라인숍에서 판매하고 오직 하나의 SNS에서만 마케팅한다면 두 개의 접점만 있는 것이죠. 물론, 실생활에서 접점이 하나뿐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접점은 특성상 마케팅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사실 훌륭한 마케팅이 좋은 접점 디자인설계, 실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접점 디자인이 곧 마케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마케팅은 브랜딩을 포함하는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쓰입니다.)

접점 혁신 시대

접점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설명하기보다 현재 접점에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주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와 센서가 잔뜩 들어간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접점은 어마어마한 혁신이 일어나는 요소가 되었거든요. 상품 디자인요소 중 서비스를 설명할 때 IT 기술 때문에 서비스 때문에 상품 가치가 높아지고 중요한 차별점이 만들어진다고 지적한 것과 같이 접점도 IT 기술로 인해 크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산업사회 이후 가장 대중적인 광고매체는 소위 ‘4대 매체’라 불리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였습니다. 문자 그대로 대중 매체mass media는 더 많은 잠재 사용자에게 상품 정보를 노출하는 발견 접점으로 기능했습니다. 더 많은 노출 = 더 많은 전환의 기회였기에 어떤 매체가 얼마나 많은 구독자(발행 부수)를 가지고 있는가를 근거로 광고비가 책정되었죠. ‘종합 노출 수’ 기반의 과금체계가 당연히 여겨졌고 실제로 4대 매체는 그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보사회로 전환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4대 매체의 정보 장악력이 현저히 낮아지고 정교한 타겟팅과 전환율 측정이 가능해진 것이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는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상품에 가장 적합한 잠재 사용자에게만 상품 정보를 노출합니다. 2010년에는 구글 광고가 미국 신문 광고 매출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페이스북 광고 매출이 미국 신문광고 매출을 뛰어넘었습니다. 사용자는 4대 매체 보다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 가능한 SNS를 선호하게 되었고, 기업은 구독률보다 정확한 지표를 제시할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한 것이지요.

출처 : Baekdal / Blog

다양한 사용자가 만드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접점 효율(높은 전환율 또는 정확한 타겟팅)을 높이는 기술은 IT 스타트업이 선택하는 인기 있는 창업 아이템입니다. 지난 12월 있었던 스타트업 투자회사의 데모데이는 접점의 효율을 높이거나 자동화하는 등 이같은 트랜드를 잘 보여주는 행사였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하거나 XBRAIN, SNS를 통해 브랜드가 확산되는 데이터를 측정하거나 kloser, 쇼핑몰에 진입한 사용자와 대화를 유도하는 챗봇 Channel,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습관을 분석유저해빗하는 등, 발견부터 구매까지 접점 효율을 높이는 정보 처리 기술에 기반을 둔 서비스입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정보사회를 주도하는 초대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접점 전략

아마존은 지속해서 오프라인 접점을 늘려나가는 중입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아마존과 사용자의 거리를 좁히는 접점을 개발해 가정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대시 버튼

아마존 대시 버튼은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 접점을 상품을 사용하는 현장에 부착할 수 있는 IoT 액세서리 입니다. 생활용품과 소비재가 있는 공간에 구매 접점(카트 담기, 주문하기)을 붙여놓은 것이죠.

아마존 에코, 에코 닷, 탭

대화형 인공지능 IoT 기기 에코 시리즈는 개인 비서 서비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접점 관점에서 보면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음원, TV 프로그램, 영화)와 쇼핑 접점을 거실 한가운데에 심어 놓은 것입니다.  개인 비서 서비스라는 ‘기능’을 내세워 사용자가 아마존의 접점을 집 안에 들여놓도록 만든 것이죠.

아마존 북스토어

서점은 오래전부터 발견 접점 역할을 해왔습니다. 아마존은 이미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 가격 경쟁력과, 온라인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점에서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접점을 탄생시켰습니다.

모든 책은 커버를 볼 수 있게 진열되어 있고 추천을 많이 받은 유용한 독자 리뷰가 바로 아래 부착되어 있습니다. 아마존 온라인 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바코드도 함께 부착되어 있습니다. 구매 시점에 온라인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거든요. 분야와 장르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효과가 입증된 테마에 맞춰 진열하여 사용자가 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제한된 화면을 통해서 접할 수밖에 없던 접점이 서점이라는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에요.

아마존은 지난 12월 계산기와 계산원이 사라진 새로운 방식의 슈퍼마켓인 아마존 고 콘셉트를 발표했습니다. 지금2016년 12월은 아마존 임직원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 중이지만, 콘셉트를 설명하는 동영상 누적 조회 수가 800만을 넘어가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마존 고를 다룬 페이스북 포스팅은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인데, 이는 사용자들이 아마존의 새로운 접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샤오미의 접점 전략

중국은 대다수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처음 시작한 나라인 만큼 O2O나 IoT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앞서 소개한 샤오미의 Hihome 애플리케이션을 접점 관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자로서는 부가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설치한 통합 애플리케이션일 뿐이지만, 샤오미로서는 백색가전을 한 번이라도 구입한 사용자—가장 확실한 타겟—에게 발견, 관심, 구매의 접점을 심어놓은 것입니다.

샤오미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타겟과 연결된 접점을 만들어 마케팅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죠. 샤오미는 모든 상품을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출시하기 때문에,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은 상품의 재고를 관리하는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전 세계 시장 1/3에 가까운 커다란 중국 시장이 있기에 가능했지만, 처음부터 상품과 접점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구체화할 수 없는 전략이라 하겠습니다.

접점의 디자인

높은 접점 효율을 내세운 새로운 접점 솔루션이 계속 등장하고 있기에 기업은 상품과 타겟에 가장 알맞은 접점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지 않고 기본적인 로고/심볼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접점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발전할수록 차별화는 이를 운영하는 당사자에게 주어집니다. 대부분 경쟁자도 나와 같은 도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전환의 흐름과 전환율을 높이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접점의 목적이므로, 접점을 디자인 할 때도 전환의 흐름과 전환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모양, 형태이라 해도 실제로 전환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겠지요.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가는 인테리어, 사인, 매대, 영수증부터 웹사이트, 홈페이지와 제품을 공급·유통하는 쇼핑몰 그리고 SNS, 모바일 광고와 종이로 만드는 홍보 전단이나 안내 책자 등 … 수많은 접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접점이 늘어나면 그만큼 관리할 대상도 많아지지요. 접점이 파편화되면 전환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워집니다. 접점 디자인마케팅은 그때그때 접점에 적용하기 위한 디자인모양, 형태뿐만 아니라, 전환의 흐름을 파악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방법을 설계디자인해야 합니다.

포스팅 요약

기업의 디자인 요소 세번째 — 접점

– 깔때기 모형 = 접점의 흐름
– 접점의 평가 = 전환율
– IT 혁신 때문에 새로운 접점이 탄생함
– 접점 디자인 = 마케팅

CEO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모든 것 – 07

지난 포스팅까지 기업의 디자인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상품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기업의 디자인 요소 두 번째로 ‘기업’을 살펴보겠습니다.

상품을 만들고 공급하는 주체 ‘기업’

네이버에서 기업의 정의를 검색하면 두산백과사전의 내용을 상위에 보여 줍니다. 링크를 선택하면 아래와 같은 한 줄 요약이 상위에 보입니다.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자본의 조직단위
두산백과사전 웹사이트

두산백과사전이 설명하는 ‘기업’은 철저히 경제 주체의 관점에서 기업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은 ‘사회에 왜 기업이 있어야 하는가?’ 또는 ‘이윤 추구를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를 전혀 설명하지 못합니다.

네이버 검색결과는 두 번째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정의를 보여줍니다.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조직적인 경제단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웹사이트

저는 이 정의가 좀 더 상식적인 기업의 정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마다 목적이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재화상품와 용역서비스을 생산한다는 기업의 활동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개항 후 대한민국에 어떻게 기업이 도입되었는지 한국사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네이버에 ‘기업’을 검색한 사용자에게 적합한 콘텐츠라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직 경제 관점에서만 기업을 정의한 두산백과사전 역시 첫 번째 검색 결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밖에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 기업과 디자인의 관점에 적합한 정의는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관점에 따라 정의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니 본 포스팅에 알맞게 기업을 다시 정의해보겠습니다.

“기업은 상품을 만들어 사용자에게 공급함으로써 조직의 비전을 추구하는 창조적인 주체이다.”

기업을 창조적인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은, 기업이 디자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할 것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C.I

‘기업’을 디자인하려면 — 디자인의 대상으로 기업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 결국 비전과 미션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비전은 목표 지점을, 미션은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비전과 미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억하기 쉬운 차이점은 시점時點을 보는 것입니다. 비전은 미래의 상태를, 미션은 현재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출처 : diffen.com

기업은 조직이 추구하는 비전을 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디자인을 이용해 커뮤니케이션합니다. 기업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체험적으로 알리는 방법이 바로 디자인이지요. C.I Corporate Identity가 바로 이를 다루는 전문 분야입니다. 인체 감각의 90%가 시각에 몰려있다고 하니 시각디자인visual communication design이 기업 아이덴티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다루게 됩니다. 하지만 사용자는 기업과 수많은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에 체험/경험의 차원에서 기업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일 모두가 C.I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대한항공 승무원 유니폼. 디자이너 지안프랑코 페레 Gianfranco Ferré

지난해 대한항공 기내난동 사태는 대한항공 서비스의 보안수준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기업의 정체성이 아름다운 유니폼 디자인모양, 형태만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C.I는 기업의 상징체계를 만들어 상품을 구별할 수 있게 만들고,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을 사용자와 내부 조직원이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래픽 디자이너로 여겨지는 폴랜드Paul Rand는 미국 기업 abc, IBM, UPS 등 지금까지 사랑받는 C.I를 다수 만들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나 창업한 NeXT 컴퓨터의 C.I를 사용 여부에 상관없이 10만 달러에 디자인한 사례는 전설처럼 남아있습니다.

디자이너 폴랜드
폴랜드의 대표작품

C.I를 만드는 일은 기업이 세상에 자신을 선보이는 대단히 정교한 작업이기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그때는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었으니까요.

시각 커뮤니케이션에 한정 지어본다면 C.I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로고 타입Logo type이나 심볼을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다른 기업과 차별점을 가진 상표권을 취득하거나 명함에 넣어야 하니까요. C.I 디자인에 큰 욕심이 없다면 로고나 심볼을 정하고 나서 명함, 간판과 같은 디자인그래픽 디자인 결과물은 수월하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이죠)

현재 로고나 심볼 디자인모양, 형태을 디자인하는 일은 개인이 해결 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10만 달러를 지급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디자인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공모전 방식으로 20~200만원 내외에 로고/심볼 디자인 개발이 진행되는 라우드 소싱
5~50만원 내외로 로고/심볼 디자인을 의뢰할 수 있는 전문가 매칭 플랫폼 크몽
명함 주문시 로고디자인 지원을 받는 포토몬 비즈프린트의 부가서비스.

단지 가격만 저렴해진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AI가 무료로 시안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죠.

AI가 로고/심볼 조합 시안을 무료로 만들어 제공하는 로고조이

디자이너 처지에서만 생각하면 몇십 년 사이에 C.I 디자인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것으로 보일 겁니다. 그러나 C.I라는 개념이 대중화되고, 이것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요소이다 보니,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도 자기만의 C.I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디자이너와 직접 대화하지도 않고 만들어낸 로고/심볼에 가격 이상의 가치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저렴한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비전·미션·철학이 담긴 로고/심볼을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없이 만들 수 없기 때문이지요. 도구가 편리하게 진화하면 할수록 차별점은 온전히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로고/심볼을 디자인하는 일이 접근성이 높아지고 쉬워질수록 진정한 차별점은 클라이언트 즉, 기업이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와 직접 연결됩니다. 

B.I Brand Identity

삼성전자는 다양한 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브랜드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습니다. 모두 삼성전자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지만, 상품의 전문성이 서로 달라서 이를 각각의 브랜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C.I가 기업이라는 상품개발 주체를 중심에 놓은 것이라면, B.I는 브랜드라는 상징을 중심으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브랜딩branding
상품 하나하나의 경쟁력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전략이 브랜딩입니다. 주로 브랜드 매니저와 마케터가 담당하지요. 기업의 디자인 요소 중 기업과 접점의 교집합과 접점의 대부분이 브랜딩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딩을 다루는 자료는 부족하지 않기에 본 포스팅에서는 개념만 짚어보는 것으로 갈음합니다.

삼성전자와 전문 제품 브랜드 체계

삼성전자는 대기업 삼성과 같은 로고/심볼을 사용하는 하나의 기업 브랜드 체계에 속해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갤럭시, 하우젠, 지펠 아삭과 같은 브랜드는 각자의 전략을 바탕으로 소비자/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다.

C.I 또는 B.I

기업은 전략에 맞춰 C.I 또는 B.I 전략을 가집니다. 산출물만 보면 C.I나 B.I를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명함, 현판, 기업 웹사이트부터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에 활용되는 각종 문서, PPT, 보도자료, 광고, 마케팅 매체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이 C.I인지, 어디부터 B.I인지 명확한 차이를 알아보기 어렵지요.

차이가 있다면 기업의 상황에 맞춰 기업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전략을 세우고 접근할 것인지, 브랜드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선택할지 것인지 정도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토요다는 미국 시장에서 저가 상품의 이미지를 벗어나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렉서스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토요다가 생산하는 모델 대부분 하이브리드 버전의 차량이 있지만, 프리우스 만큼 하이브리드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아니지요.

유니레버, 프록터앤겜블, 존슨앤존슨과 같은 다국적 기업은 수십~수백 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진출하는 시장에 맞춰 C.I/ B.I를 전략적으로 선택합니다. 일본에선 TV광고를 통해 P&G나 유니레버의 로고를 종종 볼 수 있어도, 북미 시장에선 각각의 브랜드가 기업 아이덴티티보다 앞세워지지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C.I와 B.I를 동시에 관리하지 않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통합해 집중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후 한동안 다음카카오를 사명으로 채택했지만, 이제는 카카오로 사명이 바뀌었지요. ‘다음’은 한때 기업 아이덴티티였지만 이제는 카카오가 운영하는 서비스 브랜드가 된 것이죠.

IT 스타트업은 서비스가 기업의 유일한 상품인 경우가 많아서, 기업 아이덴티티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일치된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디자인 요소인 ‘기업’은 상품 디자인의 요소와 동등하게 취급됩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상품 개선과 비즈니스 모델 구축·성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의 디자인 요소를 분리해서 관리할 겨를이 없다는 점도 이와 같은 선택의 이유가 됩니다. 대신 하나에 집중하는 만큼 대기업 못지않은 수준 높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Tyle, Toss, 등 IT 서비스 스타트업은 서비스 초기부터 브랜드=서비스, 상품 디자인의 수준이 높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대표적인 IT 기반 서비스 기업이지만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분리된 경우입니다. 사용자가 체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대부분 배달의 민족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사명을 배달의 민족으로 바꾼다 해도 딱히 이질감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배달의 민족이라는 아이덴티티로 새로운 사업을 내놓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한지는 오직 우아한형제들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겠죠. C.I 또는 B.I 어느 한쪽을 상위개념으로 채택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전략에 따른 것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소개한 바 있지만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 민족 브랜드전략은 모범적인 아이덴티티 사례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C.I/ B.I의 기능

C.I든 B.I든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 경쟁환경 속에서 C.I/B.I가 쌓아 올린 신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선택을 도와주는 기능을 합니다. ‘신뢰’로 설명가능한 모든 것이 기업/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쌓인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업이 공급하는 상품이 접점을 늘리거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함에 따라 C.I 또는 B.I가 점차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접점이 확대되어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할 때, 기업이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 비전과 미션을 가다듬고 이전과 다른 ‘신뢰’를 쌓아 나가고자 할 때가 바로 C.I 또는 B.I를 재정립할 중요한 순간이라 하겠습니다.

포스팅 요약

기업의 디자인 요소 두번째 — 기업
– 디자인 요소로서 기업을 다루는 전문 분야는 C.I / B.I
– 로고/심볼 디자인 단가가 낮아질수록 차별화 전략은 전부 기업 책임
‘C.I ≠ B.I ≠ 상품’도 가능. ‘C.I = B.I = 상품’도 가능
– C.I 또는 B.I의 차이는 기업의 전략에 따른 차이
– 브랜딩 = 브랜드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 마케팅 전략